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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680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08-27
책 소개
목차
2. 명령의 단위
3. 을과 갑
4. 거래의 이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코드명 -37. 반복한다. 코드명 -37.]
아, 사람 쉬는 걸 조금도 못 보는 더러운 세상. 내 집 마련의 꿈과 돈 보고 참지. 희온이 몸을 벌떡 일으켜 선글라스를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빠르게 조끼를 입고 총을 챙긴 그는 두꺼운 헤드셋 레일이 달린 헬멧을 쓰며 주파수를 맞췄다.
“오피뉴, 위치로.”
-확인.
-확인.
돌격조 코드 네임 끝에 차례로 들리는 대답을 들으며 희온은 고글에 뜬 위치로 내달렸다.
흙먼지가 날리고 있는 건물의 한쪽은 폭발의 잔해로 완전히 무너져 내려 있었다. 콘크리트 절반을 그대로 깎아내린 것 같은 건물 3층 끝에 선 희온이 수신호를 보내자 돌격조 팀원 다섯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위치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 맨 앞에 선 희온이 주먹을 쥐어 들자, 바로 뒤에 서 있던 팀원들이 숨을 죽인 채 총을 쥐어 겨냥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앞 코너 바닥 끝에 그림자가 일렁인다. 희온이 바짝 세운 검지를 앞으로 가볍게 까딱인다.
탕! 탕!
먼저 코너를 돈 희온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사내 둘의 머리에 정확히 꽂혀 들어가는 동안 시선은 다른 공간을 훑는다. 하나, 둘……. 뭔 가짜를 열댓 명이나 보냈어?
둘을 먼저 쏜 희온이 반대쪽 기둥 뒤로 몸을 숙인 뒤 아직 같은 자리에 있는 팀원에게 시야 속 인원의 위치를 수신호로 알렸다. 코너 옆 둘, 계단 위 둘, 기둥 뒤 하나. 총알이 그가 있는 기둥으로 쏟아지는 동안 내용을 전달했으니 다음 할 일은 곧장 직진이었다.
“오웬 잘 챙겨.”
-아 캡틴, 내가 무슨 짐입니까?
돌격조 신입이면 거의 짐이지. 주파수가 맞춰진 헤드셋을 통해 들려온 오웬의 엄살에 희온이 웃었다. 가자, 얼른 다 죽이고 밥 먹게. 몸을 틀자마자 방아쇠를 당겨 코너에서 고개만 내밀던 남자의 목을 쐈다.
탕, 탕. 이어진 돌격으로 정신없이 들리는 타격음이 길다. 계단까지 내달린 희온이 이제 막 위층으로 올라가던 남자의 꼬리뼈를 조준해 머뭇거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반동을 버티느라 마른 팔의 근육이 바짝 섰다 사라진다. 미안, 거기가 눈에 보여서. 아무렇게나 웃은 희온이 쓰러진 사내의 미간에 대고 머뭇거림 없이 총을 쐈을 때였다.
철컥.
“총 버리세요.”
희온의 뒤통수에 총구가 와 닿았다.
톡톡.
재촉하듯 헬멧을 두들기고 내려온 그 쇳덩어리는 금방이라도 머리를 터뜨릴 듯 희온의 목덜미에 부벼졌다. 희온은 상대가 평범한 홀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뭐야, 이거 가상훈련 아니었어? 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
-캡틴!
귀에서 팀원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희온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뒤에서 겨눈 총구가 밀어 대는 대로 벽에 머리를 처박을 뿐이었다. 자신의 등 뒤에 선 남자는 희온을 벽에 밀어붙인 채 몸을 바짝 붙여 무기를 찾는 듯 더듬어 댔다.
“당신이 가져간 총이 다야. 더 없어.”
이미 소총을 빼앗긴 희온이 양손을 펼쳐 들었지만 남자의 손을 멈출 기세 없이 희온의 몸을 더듬어 댔다. 당황한 희온의 몸이 굳은 사이 그 넓은 손바닥이 이번에는 엉덩이를 스치더니 허리를 감아 앞으로 파고들며 사타구니를 꽉 쥐어 붙든다.
뭐, 야? 거침없는 희롱에 희온이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있네요, 여기.”
경악하며 몸을 단번에 돌린 희온의 앞에서 금발에 새하얀 얼굴을 뽐내며 한껏 웃고 있는 이 남자는,
“……헤이븐?”
여태 자신에게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오던, 바로 그 섹스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