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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짐승

내 아내는 짐승

효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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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짐승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내 아내는 짐승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822257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4-08-04

책 소개

효진의 로맨스 소설. 첫눈에 반했다. 불꽃같은 연애를 했다.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이혼하자고? 신혼의 달콤함을 즐기던 새신랑 석주에게 떨어진 날벼락. 그것은 느닷없는 아내의 이혼 통보. "이혼만 해줘요. 그러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게요."

목차

#프롤로그
#1. 이혼해주세요
#2. 그 여자, 이세아
#3. 그 남자의 생활
#4. 이세아의 식욕과 성욕에 관하여
#5. 그들의 첫만남, 그리고 검진일
#6. 이세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7. 시월드 오픈
#8. 결혼 기념일 이벤트
#9. 이세아의 친정에서 생긴 일
#10. 요가 수업을 합시다
#11. 클라이막스?
#12. 어떤 여행을 떠나다
#13. 태교를 합시다!
#14. 세 가지 내기
#15. 출생의 비밀도 있습니다!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효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 글 작가 : 효진 성은 김, 이름은 효진. 닉네임 나미브. <출간작> 춤추는 오렌지에 관한 단상, 북주국이야기, 내사랑 김빈곤, 해국이색혼례담, 칼리, 산사나무, 부부전, 남주국설화, 북주국야사, 지중해의 불꽃, 적도의 밤, 내 아내는 짐승, 내 남편은 맹수, 황궁의 꽃이 되다 <이북 출간작> 만월 기묘한 밤의 이야기, 빛나는 밤 사랑하는 달 검과 왕녀, 스페셜데이(단편집), 베이비돌, 발정은 묘약을 타고, 금단의 관계, 왕과 소녀: 금욕의 관계, 잔인한 복수, 마법사와 결혼하는 방법, 총애, 황제와 소녀: 구속의 관계, 잘 물고 빠는 개 있어요, 널 잡아먹겠다, 술탄의 노예 등등.
펼치기

책속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훤칠한 미남이 내렸다. 초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가 너스 스테이션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이세아 환자의 병실은 어딥니까?”

남자는 간호사가 알려준 병실 호수 앞에서 멈췄다. 문 옆, 이세아의 이름표를 확인한 그가 막 노크를 하려던 참이었다. 병실 안에서 시끄럽고 둔탁한 소음들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가구를 부수며 단체로 뛰어다니는 듯한 소리였다.

뭐지? 석주는 헛기침을 하며 문을 노크했다.

“하석주입니다.”

병실 안쪽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누군가가 외쳤다.

“혀, 형부? 드, 들어오세요!”

처제 무아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문을 연 석주는 병실 안의 당혹스런 풍경과 마주했다. 병 실 안 소파와 탁자들은 모두 저만치 밀려나갔거나 거꾸로 뒤집혀진 채였다.

이 상황은 대체 뭘까?

세아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이상했다. 그녀는 석주의 잘 빠진 이탈리아제의 블랙 정장과 그 아래 숨은 단단한 육체를 해부하듯 꼼꼼히 훑어보았다.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사람 누구야?”

순간 석주의 머리가 멍해졌다.

“장난치지 마. 이세아.”

석주의 경고에도 세아는 오히려 경계심을 드러내며 뒷걸음질 쳤다. 한껏 일그러진 표정의 무아가 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 그러니까. 혀, 형부. 어, 언니가 기억상실증이라는데요?”

석주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석주가 아내 세아와 이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나고 헤어진 것이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일요일은 그녀와 변호사들과 함께 법원 앞에서 이혼 기념촬영을 했다. 월요일엔 세아와 함께 이혼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대신 그녀의 교통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뭐?

“세아가 기억상실증……?”

석주의 혼잣말에 얼굴이 이미 허옇게 질려 있는 장인과 장모님, 처제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건…….”

차라리 몰래카메라나 질 나쁜 연극이라면 좋겠다. 허나 이혼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쪽은 세아였다. 그 대망의 이혼일이 바로 어제였는데 아내가 기억상실증을 연극할 필요가 없었다!

“이, 이보게. 하, 하 서방.”

멘탈이 붕괴한 표정의 장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그러니까 하, 하 서방. 세, 세아가 임신했다네.”

석주의 몸이 굳었다.

……뭐? 세아가 임신?

석주는 너무 놀라 장인의 표정에 어린 절망감조차 읽지 못했다.

장인이 애원했다.

“서, 설마 세아가 다른 놈 애를 임신해서 이혼한다고 했었나. 설마 자네가 애 아버지인 건 아니지? 혼혈 따윈 용납할 수 없으니, 차라리 다른 사람 애라고 말해주게나.”

석주의 한숨만이 깊어졌다.

“장인어른. 혼혈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는 모릅니다만. 세아가 임신한 게 맞는다면 백 퍼센트 제 아이입니다.”

석주는 세아의 임신을 미리 알았다면 이혼을 유보했을 거란 말은 하지 않았다. 그가 던진 말만으로도 장인과 장모는 이미 패닉 상태였으니까!

“대, 대체 왜 자네 앤가! 별거를 육 개월 전부터 했잖나!”

“별거와 상관없이 계속 같이 살았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그럼 별거가 아니잖아!”

“신혼집에서 나와 세아의 오피스텔에서 살았으니 최소한 신혼집과 별거를 한 건 맞습니다.”

순간 장인과 장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장인은 격분한 나머지 석주의 멱살을 잡으려들었다.

“이혼한다면서 왜!”

“아버지, 진정하세요!”

흥분한 장인의 옆구리를 처제 무아가 팔꿈치로 예리하게 찔러 날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그런데 언니는 그러고도 남아요! 언니는 뚝심 하나는 끝내주는 개과잖아요! 저요, 언니 오피스텔에서 형부 너무 자주 봤어요!”

“왜 그걸 이제 말해! 그래도 다른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다른 짐승이라도 좋아! 아니, 인간이 아니면 더 좋다고! 저 자식은 맘에 안 들었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수간(獸姦)의 세계인가? 개와 짐승이 휙휙 날아다니는 대화에 석주는 또 한 번 한숨을 쉬었고, 무아는 더욱 단호해졌다.

“아버지, 장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은데 언니 왈, 형부가 밤일 겁나게 잘한댔어요. 편리한 전남편을 두고 왜 다른 놈과 바람을 피운대요? 관리할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귀찮아서 안 할 거라고요!”

장인과 장모님 앞에서 민망한 발언이었으나 무아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석주도 긍정했다.
석주와 세아는 대외적으론 별거를 선언하고 같이 살았다. 이혼을 결정하고도 같이 잤고 섹스했다. 그들은 잠자리에 있어선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무아의 말처럼 그는 세아의 오피스텔에 기거했고 덕분에 한 번씩 놀러온 무아와도 낯이 익었다. 세아는 그걸 무척 싫어했었지만.

“저기, 잠깐만!”
지금까지 소외되어온 이야기의 주인공, 이세아가 팔짱을 낀 채 자신의 가족과 석주를 응시했다. 그녀가 석주를 손가락질했다.

“저기, 그러니까 제 가족 분들? 저 남자가 제 남편이었단 거죠?”

“언니는 어제 이혼소장을 낼 예정이었지. 아마 계획대로라면 이분은 전남편이 되었을 거야.”

무아의 부연설명에 세아가 심플하게 부정했다.

“이혼을 못 했으니 지금은 혼인관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가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거기에 임신했고.”

모두의 재긍정에 세아가 귀여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럼 이세아는 전남편 예정의 남자와 계속 같이 살았단 거네. 어쨌든 불법 아니잖아.”

“하, 하지만 이, 이혼할 건데.”

무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모두가 아직은 납작해서 임신한 티가 나지도 않는 세아의 배를 바라보았다. 세아가 말했다.

“그럼 아기 없애야 해?”

“그건 아니지!”

그녀의 가족들 전부가 도리질을 치고 표정들이 오묘해졌다. 세아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제 환자복을 들어 제 평평한 복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애기, 있는 거 맞아?”

세아의 농담 같은 말에 고지식한 장인은 헛기침을 했고 장모님은 세아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이것아! 아버지 앞에서 품위 없이 왜 이래!”

병실에는 어느새 세아와 석주만이 남았다. 세아는 석주를 바라보며 커다란 눈을 뱅글뱅글 굴렸다.

“몸은 괜찮아?”

눈치를 살피던 세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머리가 띵한 것만 빼면.”

기억이 없다는 것만 빼면 분명 이세아가 분명한데, 임신이라니?

“아기는……, 어떻게 할 거야?”

“음. 잘 모르겠는데요.”

팔짱을 끼고 있는 세아의 표정은 심각하기만 했다.

“여기서 제일 머리 아픈 건 나라고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남편에 아이까지 있어!”

“아이, 낳을 거야?”

“글쎄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있으면 낳는 게 나을까요?”

석주는 너무 당혹스러워 대답하지 못했다. 세아가 다시 물었다.

“이세아라는 여자는 애를 낳고 싶어 했나요?”

“글쎄. 그런 이야긴 한 적 없지만 아이를 싫어하진 않았어.”

“그럼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함부로 지우면 안 될 것 같은데. 전 이세아가 아니잖아요.”

기억을 잃은 이세아와 전남편 예정의 석주가 이세아의 이야기를 해대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석주의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저기 그런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하죠? 전남편 씨.”

세아는 괴상한 호칭으로 그를 부르다 조막만 한 인상을 응그렸다. 볼록 튀어나온 귀여운 이마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가 그를 향해 발돋움을 하며 또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예요?”

그가 대답했다.

“하석주.”

“음. 저는 이세아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만나서 즐거웠어요, 하석주 씨.”

세아가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힘차게 악수를 했다. 석주는 미스터리해진 데다 낯설기까지 한 세아, 그의 아내를 관찰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내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거기에다 임신! 오, 신이시여!

그들은 바로 어제 이혼하려던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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