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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5854128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8-03-19
책 소개
목차
문학 _ 소리를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_ 권영희
소리를 보았다 _ 권영희
시詩, 비탈의 나무도 춤추게 하는 _ 김남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_ 김승각
삶의 캔버스가 두려우세요? _ 김정숙
나와 내 이웃의 사실화 _ 김정숙
생명은 자라고 싶다 _ 김준현
우리도 어디선가는 이방인이다 _ 배태만
죽음보다 먼저 다가오는 절망감을 털어내고 _ 서미지
계절이 서성이며 머물다 가는 그곳, 구멍가게 _ 신복순
아름답지만 가슴아픈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_ 신복순
문학은 삶을 가꾸기 위한 날갯짓 _ 우남희
그만의 사랑법 _ 정순희
죽음을 맞이한 젊은 의사의 고백 _ 정순희
옛것들의 작은 속삭임 _ 정화섭
고독한 그대에게 _ 최지혜
달팽이의 별은 지지 않는다 _ 하승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제 _ 손인선
비문학 _ 소득이 보장된다면 무얼 할래요?
쓰레기 버리기 _ 김준현
2018년을 미리 읽어드립니다 _ 남지민
보이는 대로, 보여주는 대로 _ 서미지
도시는 사람이다 _ 장창수
주말에 엄마 보러 가는 책 _ 장창수
문화의 고리를 당기다 _ 정화섭
조금 흐트러지고 싶은 날에는 _ 최유정
다각화의 중요성 _ 최진혁
창조적인 사람들의 창조적인 생각 _ 추필숙
소득이 보장된다면 무얼 할래요? _ 하승미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
군위, 憧으로 動한 하루 _ 김정숙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발끝에 눌리는 낙엽의 바스라짐도, 한 낮의 나른함도 모두가 낭만적인 날들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다. 제목만 들어도 짜릿했다. 왠지 소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누군가에게 무턱대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제는 지나쳐버린 사랑에 대한 감정이 전율하듯 일어났다. 나는 다시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프랑수아즈 사강은 프랑스의 여류작가로 19세 때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고 미묘한 분위기로 이끌어 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 또한 그녀의 작품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나갔다. 그 떨림, 그 황홀함, 그 울림. 모두 그녀 덕분에 내가 느꼈었던 잊힌 감정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강이 스물넷의 어린 나이에 썼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표지 그림부터 황홀했다. 샤갈의 ‘생일’?이라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연인들의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황홀함에 이끌려 공중으로 붕 뜬 느낌. 나도 느꼈던 사랑의 감정이다.
서른아홉인 폴은 오랜 연인 로제와의 익숙해진 사랑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열네 살이나 어린 시몽의 등장은 그녀를 다시 열정적인 사랑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나이 차이로 인한 주변의 모욕적인 시선에 괴로워하며 순간적으로 빠져드는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에 행복해 하기도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가 이제껏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 p.57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를 하기 위해 던진 이 한마디는 폴을 눈뜨게 했다.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낱 허상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로제를 사랑하는 자신도 실제의 자신의 모습은 아닐 거라는…
폴은 실제로 자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그 질문을 쫓아 자신을 알아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느슨해진 사랑 앞에서 습관처럼 이루어지는 사랑 앞에서…
폴은 사랑하면서도 처절히 외로웠다. 사랑 때문에 고통 받은 폴은 또다시 다른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만 또다시 그 사랑도 예전과 같은 사랑으로 끝남을 알고 있다. 폴이 다시 돌아간 익숙한 사랑은 시몽을 만나기 전과 조금도 변함없이 흘러갔다.
다시 돌아간 폴은 행복할까? 아님 그 익숙한 권태로움도 사랑일까?
사강이 말했다.
‘나를 파괴할 권리’?를
폴의 사랑은 안주함으로 끝이 났다. 폴은 자신을 멋지게 파괴할 권리를 놓친 것 같다.
시몽이 폴을 향해 내민 구애의 손길이 그립다. 언제부턴가 익숙해져버린 내 심장에 한 점을 찍고 간 시몽을 향해 따스하게 등 두드려 주고 싶었다.
‘네 사랑은 아름다웠다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며 누군가 내게 티켓 한 장을 내민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난 아직도 사랑에 목마르다.
누군가에게는… 난 의미 있고 싶다.
그렇다.
사랑이라면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안정감 속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내게는 하고 싶지 않다.
소설처럼 세상이 가을비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다.
사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 「누군가에게는」 전문
책이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가을이 시작될 때쯤 드디어 서평을 만났다. 늘 마음속엔 품고 있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었기에 첫 만남은 떨림 그 자체였다. 더구나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한 나의 끈질기지 못한 엉덩이가 걱정이 되긴 했다.
강의실을 카리스마로 잔뜩 채운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나의 무책임한 독서에 수없는 반성을 했다. 순전히 ‘주관적 선택’? 에만 의존한 나의 독서 습관은 하루하루 서평 수업이 이어지면서 책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내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발전이었다. 한정된 독서에 벗어나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됨으로써 사고의 폭도 한층 넓어진 것 같았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맛나게 먹고 마시는 것이다. 그것을 음미하며 맛있게 소화시켜 내뱉는 것이 서평이란 생각이 든다.
서평이란 단어는 참으로 경직된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갈수록 서평은 내 독서를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읽고, 느끼고, 행복했고, 감동적이었고, 웃고, 울었던 그 많은 책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주무를 수 있는 독자들의 놀이터였다.
서평 수업을 시작하고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내겐 아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우선 펜을 잡고 줄을 긋기 시작했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글자를 지워가는 독서였다면 이제는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는 독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뚜렷하지 않았던 글은 또렷이 내 기억 속에 남았고, 작가의 생각에 동조할 수도 또한 반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책이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아주 소소한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서평을 쓰면서 의미 있는 책읽기가 드디어 내게 다가왔다.
시작은 창대했고 끝도 그런대로 잘 마무리 한 것 같아 한껏 기분이 좋다. 수업하는 동안 들었던 선생님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함께 했던 4기 생들이 목소리 높여 함께 토론했던 학이사 2층의 그 회의실도 그리울 것이다. 또한 우리와 저녁마다 함께 했던 김밥과 귤 향도.
누군가 서평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맛있게 마시고, 충분히 음미하며, 한껏 농축된 삶을 익힌 최고급 1947년산 슈발 블랑 와인과 같다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를 다시 읽고 서평을 써본다. 불안정하고 실패한 수재 한스를 바라보며 먹먹해진다. 서평을 알기 이전과 다르게 첫 장부터 난 한스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내게 어떠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 머리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