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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543372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보릿고개(1945년 4월)
명이로 목숨을 잇고
독섬 가제바위
아기 가제의 미소
다시 만난 그 아이들(1945년 6월)
할아버지의 서당
불령선인
조선 사람이라는 죄
위험해도 해야 되는 일(1945년 8월)
금동이를 만나다
금동이 헤엄치다
무조건 항복
책속에서
[머리말]
‘강치’는 우리나라 독도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의 다른 이름이다.
‘가제’는 울릉도 사람들이 불렀던 바다사자의 이름이었으며 요즘에도 울릉도 어르신들은 독도를 ‘독섬’, 강치를 ‘가제’라고 부른다.
강치에 대한 많은 신문 기사와 티브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큰 울분이 느껴졌고 꼭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더구나 이 이야기는 나날이 경종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의 문제이므로 더더욱 책으로 펴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이 동화에서는 울릉도 마지막 훈장인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 금화와 함께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본에 끝까지 저항하고, 독점권을 가진 일본인에 의해 무차별 포획되어 그야말로 이제는 그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은 강치들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이 동화를 통해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생물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 조선에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를 생생히 체득하게 하고자 한다.
섬에 가까이 가자 자갈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둥글둥글한 왕자갈들이 하얀 포말에 부서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죠. 없는 게 확실하죠?”
송화 남편이 긴장한 얼굴로 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없어.”
할아버지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독섬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섬이라 해산물의 종이 다양하고, 그 크기는 물론 품질도 매우 우수했다. 그래서 조선 사람도 그렇지만 독점권을 갖지 못한 일본 사람조차 독섬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독점권이 있는 일본 어부가 드나들지 않는 시기를 노려, 다른 일본인 어부가 슬며시 다녀가는 일은 흔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인이었고,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이 마주치는 일이 생기면 언제나 일본인이 유리했다.
조선사람 입장에서는 어떡하든 일본 사람은 피하는 게 좋았다. 송화 남편도 그런 상황을 걱정하는 거였고, 만약에 그들이 먼저 와 있으면 재빨리 배를 돌려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 ‘독섬 가제바위’ 중에서
“금동아, 빨리 나아. 꼭 나아야 돼.”
금화가 아기 가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 이제 우린 어서 가서 하던 일이나 하자.”
할아버지가 금화가 안고 있는 아기 가제를 받아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기 가제의 어미도 그렇고, 다른 아기 가제들의 어미들도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어서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미야, 봐라. 네 새끼 치료해서 여기 내려놓고 간다. 잘 키워라!”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하며 아기 가제를 내려놓고는 송화 남편이 기다리는 배로 걸어갔다. 금화도 서둘러 따라갔다. 송화와 복희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돌아가면서 보니 어느새 어미 가제들이 바위 위로 올라가 새끼들을 돌보느라 부산을 떠는 중이었다.
“저기 좀 보려무나, 금화야.”
할아버지는 큰가제바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돌아보니 금동이 어미가 할아버지와 금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하는 듯 고개를 자꾸 까딱거렸다.
- ‘아기 가제의 미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