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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0179
· 쪽수 : 11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레시피 11
네 번째 슬픔 12
처럼 14
슬픔은 귀가 없다 16
빗방울 행진곡 18
무늬 20
수소문 21
비이 22
물의 가족 24
뼈인두를 달구다 26
사시나무 숲 28
연관검색어 29
흔적들 30
문(門) 32
달의 왼쪽 34
제2부
물의 길 37
물의 역사 38
영혼 접골원 40
부레옥잠의 말 42
환시(幻視) 44
물의 눈 46
물의 잠 47
물의 문(門) 48
섬 49
물의 표정 50
소금 박물관 52
테러리스트 54
귀환 56
개와 늑대의 시간 58
빙산 60
제3부
사슴뿔버섯 63
무소속 64
더 낡은 시계 66
노안(老眼) 68
희와 시 70
늙은 입덧 72
강철 엄마 73
달님 안녕 74
꽃들의 재활 76
날마다 생일 78
목련공작소 79
물의 꽃 80
발효의 역사 82
사랑의 문법 84
냉동 인간 86
해설 슬픔의 소리를 보고 듣고 만지다 / 오태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인의 산문]
슬픔은 자기애의 그림자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러나 슬픔의 가짓수는 많았고
어떠한 항생제로도 다스릴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어미가 되고서야 체득했다.
응급실에는 이생의 모든 비밀이 배어 있다.
수사와 기교가 함락되는 지점.
거기서 나의 시는 출발한다.
이 땅의 모든 ‘보호자’의 슬픔을 베껴 쓸 것이다.
이빨 사이에 낀 반(半)건조 오징어 다리 찌끼처럼,
슬픔은 그렇게 썩지 않을 것이다.
무늬
사람이 사람을 할퀼 때 나는 소리는 침묵이다. 침묵에도 결이 있으니. 사방연속 문양 침묵은 말의 입자까지 살라내는 모래주머니. 약속도 떨림도 산화시키는 침묵의 온도를 아는가. 침묵의 비등점에서 내가 만난 것은 달디단 환멸. 사랑은 가끔 발음을 해주어야 샛별이 된다. 빗꽃살 침묵으로는 싯푸른 강물을 건널 수 없었는가. 내가 꿈꾸던 식물은 귀울음처럼 모래톱에 없다.
지상에서 가장 뜨거운 음악은 침묵이다. 당신의 음표를 시창(視唱)하지 못했던 근육들은 전류가 스며들어야 말랑해졌으니. 인동당초문 침묵을 만들자. 잇꽃으로 물을 들이자. 가붓한 하늘에 당신의 불경(不敬)한 노래도 내걸면, 매미가 날개를 비비댈 시간은 오는가. 침묵의 배꼽은 어느 소행성과 맞닿아 있나. 나는 그 별의 이름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