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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시나리오/시나리오작법
· ISBN : 9791160201215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20-05-04
책 소개
목차
1권
편집자 일러두기 • 4
말희 • 11
어디로 가나 • 45
인생 • 161
아들아 너는 아느냐 • 281
은사시나무 • 403
부록
작품 연보 • 538
김수현 연보 • 548
저자소개
책속에서
말희
집에서 나올 때 엄마가 신신당부하셨는데,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구.
하지만 전 사기라구 생각해요.
난 나 생긴 그대로, 나 갖구 있는 것 그대루 봬줘야지, 선보인다구 내가 아닌 사람으루 나와 앉아서 내가 아닌 모습 성격 그런 걸 봬주는 거 그건 연극이구 사기예요.
언제 들통나도 들통 안 나나요 뭐? 그리구 또 그래요.
제가 뭐 어디가 어때서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뭐 어디가 어때요.
나 있는 그대루 생긴 그대루 보구 좋으믄 하구 싫으믄 말자 그거죠. 설마 짚신두 짝이 있구 헌 보석두 짝이 있다는데 내 짝 없을까 봐 미리 겁먹구 떨어요?
그런 건 내 성미에 안 맞어요.
은자 친구 만나러 나간다구 나가셔서는 어딜 헤매구 다녔는지 만이틀 만에 완전히 거지 중에 상거지 행색으루 들어오질 않나.
옥자 그럼 혼자 나가시게 하질 말어야지.
은자 초기 얘기야 지금, 초기. 이젠 물론 완전히 아무데두 못 나가시게 하구 있어. 그래두 종종 어느 틈에 새 나가는 지 소리 없이 사라져 사람 피 말리지만 올케언닌 하루 종일 약국 나가 있지 파출부아줌마가 집안일하면서 아무리 열심히 보촐 서두 날마다 완벽하게 어떻게 해. 무리지.
옥자 그렇게 나가셔선 파출소 가 앉어 계시구. (또 그러구)
은자 그럴 때두 있구 택시값 십몇만 원 들구 나와 모시구 가라는 연락두 오구.
옥자 택시값?
은자 최근엔 빠져 나가면 택시부터 잡어나타나 봐. 타구는 덮어놓구 조치원 갑시다 그런데.
은자 E (보는 옥자 위에) 똑똑한 기사는 수원이나 평택쯤 가다가 이상스런 노인넨 줄 눈치채 살살 꼬셔 전화 번호 알어내 연락하구, 미련한 기산 조치원까지 가 뺑뺑이질치다가 도루 서울루 싣구 오기두 하구.
은자 (언니 돌아보며) 목적진 언제나 조치원야. 아마 엄마한텐…… 아부지랑 조치원서 살던 새댁 때가 젤 황금 시절였나 봐.
옥자 (앞 보면서) ……
은자 (울먹해지면서) 엄마 보면서 나이 먹는 게 무서워 언니. 난 절대루 오래 안 살 거야. 환갑만 되면 약이라두 주워 먹구 죽어버릴 거야.
옥자 ……
은자 죽어버릴 거야.
자매 (앞 보는 채) ……
옥자 그래두…… 고깝더라…… 은자 말마따나 엄마가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데…… 엄마 같은 시어머 니가 어딨다구…… 며느리한테 평생 싫은 소리 한마딜 하셨나…… 부족한 내색 한 번을 하셨 나…… 그저 내 며느리 내 며느리…… 그렇게 이십 년 세월인데 어쩌믄 그 세월 동안 쌓인 정두 그렇게…… 하나두 없는 건가.
금자 (앞 보는 채) 우리 다 그런 거 아뉴? ……나 괴로우면 정이구 세월이구 그런 거 다 잊어먹구 비명 지르는 거…… 그런 거겠지. 그렇게 이기적인 거야 우리가 다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