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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0871289
· 쪽수 : 143쪽
· 출판일 : 2024-07-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요술 안경의 비밀
축구는 즐거워
할아버지의 입원
오골계 사건
삼대가 사는 집
살구나무 치료
살구나무가 골대거든요
이상한 소문
환장의 짝꿍
살구잼 배달
놀라운 선물
책속에서
바람이 순해졌다. 몸을 움츠리게 만들던 바람이 아니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어울린 봄바람은 보드라운 털처럼 느낌이 좋았다. 살살 불면서 마당의 나뭇가지마다 햇살의 기운을 걸쳐주었다. 마른 잔디를 밀어내는 연둣빛 잔디 새순이 반짝거렸다.
발긋발긋 꽃망울을 틔웠던 마당의 살구나무도 꽃잎을 열기 시작했다. 연분홍 꽃잎으로 마당이 환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냈구나.”
“요술 안경으로 보면 다 알아.”
할머니의 말에 은우가 픽, 웃었다.
은우도 얼마 전까지는 어른들의 요술 안경을 믿었다. 자신이 밖에서 한 일을 다 알고 있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신기했다. 유치원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친구랑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어른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언젠가 물은 적이 있었다.
“할머니, 어른들은 하느님도 아닌데 어떻게 안 본 것도 다 알아요?”
“어른들은 요술 안경을 가지고 있거든.”
“그게 뭔데요?”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볼 때만 쓰는 안경이야.”
“그러면 온 세상일도 다 알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함부로 쓸 순 없어. 요술 안경은 쓸 때마다 조금씩 닳거든. 그래서 꼭 필요할 때만 쓰지. 말하자면 자식이나 손주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될 때?”
할머니가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축구가 얼마나 즐거운데요. 할아버지는 즐거운 걸 못하게 하면 기분 좋아요?”
“하 참! 정확하게 차야지. 그래 가지고 골인을 어떻게 시키냐!”
이미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할아버지는 부러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니까 연습하는 거죠. 국가 대표 선수들도 엉뚱한 데로 차서 골인 못 시킬 때가 더 많은데 형아가 뭐 글로벌 선수라도 돼요?”
찔끔했는지 여전히 따졌지만 은한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요 녀석이 입만 살아서는! 네가 은우 대변인이냐?”
할아버지는 짐짓 눈도 부릅떴다. 말을 잘하는 은한이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그게 뭐예요? 대변이래. 우웩! 내가 뭐 똥이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