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시인의 말_그 품에서 오래 울었다

1부
붉은 발목│폐선│발자국 문자│안개│우기를 견디는 법│첫눈│호우경보│타작│꽃무릇│백설공주│일탈│봄밤│단풍에 데이고│삶은 가끔│가을 밥상 앞에서│꽃잎 의자│너를 기다리는 동안│목신(木神)│삶│여름 향기│빗물처럼

2부
낯선 곳의 물고기│상처│당신에 관한 편지│반성문│낯선 날들│시 짓는 밤│동백꽃의 시그널│첫사랑│벚꽃이 날리면│봄│혼자 쓰는 편지│깊고 푸른 날엔│그럼에도│겨울 그 한가운데 서서│노을│오기에 붙어서│그대를 놓고 오는 길│앨버트로스를 위하여│아비에 관하여│시시해서

3부
똥│몽고반점│매화 피다│너의 마음은│낙서│겨울 밤│폐가│꽃차를 마시며│해빙기│비닐봉지에게 배우다│하루를 보내며│희망이라는│신발│푸르게 핀│병원에서│우울은 나의 힘│노란 리본을 매며│폐지│나 어릴 적│무제

4부
사랑은│겨울나무│염색을 하며│산도 누웠다│부적│무작정 사랑하고 싶을 때│삶이 시시해질 때│전기밥솥을 쓰며│따뜻한 구석│헌 신문지│관객│길│꽃처럼│나의 이야기 한 토막│아버지의 인생│아카시아꽃이 고개 숙인 까닭│스케이트장에서│어느 여름날│선물│친구

해설
환한 생의에 찍힌 날것의 붉은 발목 _ 백인덕

한때
사랑했던 사람은 저 산 아래 가라앉고
나는 그 위에 떠 있다
나 없는 너는 잘 있는가

사랑이란 무거워서
짊어질 어깨가 넓거나 끌고 갈 힘이 세거나
그 외의 힘이 있어야 한다면
난 힘없는 존재였나 보다
너는 자꾸 무거워지고
나는 물방울처럼 흩어진다

사랑은 제 무게에 겨워 가라앉고
나는 그 위에 떠 있다
그래서 가벼운 나는
오늘 한나절을 바람처럼 울었다

비 온 저녁
무거운 사랑을 끌고
저녁 해는 서산을 넘어 간다
저렇게 붉은 꽃을 본적이 있는가
― 노광희, 「노을」 전문

꽃이 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피는 저 조그만 들꽃이
내 마음을 훔치는 중이다
적막한 시간에 쓸쓸히 밀어낸 한 줌 마음이
어느 요정의 푸른 발바닥 같은 것이
계단 구석에 하나 돌 틈에 하나
애틋한 마음이 서늘히 따라 간다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잊힌 사랑이 그렇다
잊힌 존재도 그렇다
사랑에 남음이 없도록 떼어낸 그 자리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푸르게 남는 것
모두 잊혀도
어디에서라도 홀로 또 피어있을 것
바라보는 누군가를 위해
그 또한 잊힌 꽃들의 몫이다
보는 이 없는 곳에도 핀
저 작고 푸른 들꽃을 보면서
― 노광희, 「푸르게 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