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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2520796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22-12-26
책 소개
목차
추방
고블린 행성
동굴
라온
추적
아지트
마스터
스란국에서 만난 아빠
T101번 방
영접
탈출
모기 드론
죄명
리턴
작가의 말
책속에서
추방된 사람 중에 생존자는 없다고 했는데……. 반갑기도, 설레기도, 두렵기도 했다. 나보다 먼저 추방당한 아이일 거라고 짐작했다.
넘어진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목에 커다란 흉터가 보였다.
“어서 와. T101번!”
“T101번? 날 알아?”
“T101번을 기다렸지. 난 라온이라고 해.”
라온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머리카락을 자른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일정하지 않은 길이였다. 옷도 지구에서 입고 왔던 그대로인지 소매 끝이 너덜너덜 닳아 있었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유명 메이커 신발도 해져 있었다.
언뜻 내 모습이 어떤지 생각나 머리를 만져 봤다. 짧은 머리카락이 까슬까슬했다.
라온이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후 동굴 밖에서 푸드덕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다리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아까 칩을 빼내기 전에 보았던 그 새의 다리와 같았다.
동굴 앞에 사뿐히 내려앉은 새가 천천히 초록 날개를 접었다. 초록 나무로 바뀐 모습이었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
“초록이야. 내가 지어 준 이름.”
나무처럼 변신한 초록이가 초록색 눈동자를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거 갖고 올 테니까 조금 기다려. 넌, 다리에 피가 다 굳으면 움직여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라온이 초록이에게 다가가자 초록이가 다시 날개를 펼쳤다. 라온이 초록이 가슴으로 기어올랐다. 초록이가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라온이 초록이와 함께 멀리 날아가는 게 보였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누워 있던 마스터가 일어나 앉아 눈을 감고 나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반항할 방법을 떠올렸다. 입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득 라온의 휘파람이 생각났다.
휘이이이 휘잇! 휘이이이 휘잇!
라온과 다른 소리였지만 휘파람이 나왔다.
순간 내 입 앞으로 무언가 스윽 스쳐갔다. 건물에 들어설 때 맡았던 냄새보다 더 진했다.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워졌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듯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 갔다.
내 몸을 붙든 여러 사람이 나를 침대로 눕히는 게 아스라이 느껴졌다. 옷이 벗겨지는 느낌과 함께 침대 옆에서 찰카닥, 철커덕, 부스럭부스럭 기계 소리가 아득히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