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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316208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1-10-15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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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같이 사는 사람이 멀리 갔는데 걱정되잖아.”
“…….”
걱정……. 두 글자가 마음에 쿡 박혔다.
진미가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면 엄마는 자다 깨서 딸이 들어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 잠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아직 회사야? 언제 와? 똑같은 질문들이라 성기시기만 했다. 알아서 들어갈 텐데 뭘 걱정하냐며 그땐 왜 그렇게 짜증을 냈을까. 어디니, 아직 회사야, 언제 와……. 엄마의 그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사무쳤다. 엄마의 걱정 어린 말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목소리
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는 듯했다.
“오늘 별일 없었어요?”
그의 목소리를 음미하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없었어요.”
진미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 별일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안부 인사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진미가 팔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쓸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그의 파래진 입술 위를 지나갔다. 윤제가 그만 멈춰달라는 듯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녀의 손길은 항상 버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는 몇 번이나 그녀를 끌어당겨 안고 또 안고 싶었다. 윤제가 힘겹게 숨을 토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더는 안 간다고.”
“왜? 당신이 나한테 어울리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윤제는 긍정하는 것인지 침묵했고 대답 없는 윤제를 원망하듯 진미가 말을 이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건…… 누가 정하는 건데?”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침대 끝에 불안하게 걸터앉은 그녀를 보며 무겁게 되물었다.
“당신은 정말 내가 누구라도 괜찮아?”
그의 눈망울에 일렁이는 슬픔이 진미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그녀의 삶으로 부지불식간에 성큼 들어와서는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그녀를 북돋아준 그였는데 이제야 그의 숨은 얼굴을, 진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렇게 아팠나, 당신…….
“난 당신 그대로가 좋아. 내 옆에 있는 지금 당신이……. 그러니까 아프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