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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의약학간호계열 > 임상의학 > 재활의학
· ISBN : 9791165031831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23-01-06
책 소개
목차
chapter 01 희(喜) …23
1. 여리고 성을 함락시켜라. …23
2. 좋아지시니 저도 좋습니다. …28
3. 숨을 불어 넣다. …34
4. 선생님, 감사합니다. …38
5. 이제는 소리 낼 수 있어요 …41
6. 나는 언어재활사입니다. …47
7. 내가 ‘언어재활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 …51
chapter 02 노(怒) …59
1. 언어재활사는 바쁘면 안돼! …59
2. 이사 전문 언어재활사 …71
3. 저도 사람인지라…… …77
4. 여전히 이해가 부족합니다. …84
5. 스트레스는 음성의 적 …88
6. 충분히 잘하고 있어! …93
7. 오늘도 통계와 싸우다. …96
chapter 03 애(哀) …103
1. 포기 vs 선택 …103
2. 나보다 나은 분을 만났더라면 …109
3. 의욕만으론 부족해…… …115
4. 늘 이별하는 중입니다. …120
5.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124
6.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127
7. 죄송합니다. 검사기기 점검으로 인해 30분 정도 지연 안내 부탁드립니다. …130
chapter 04 락(樂) …141
1. 그분이다. …141
2. 의미가 있는 어떤 것 …147
3. 덕분에 꿈을 이루었어요! …154
4. 달리는 언어재활사 …158
5. 내 목소리를 찾기 위해 …161
6. 함께 가면 멀리 간다. …166
7. 음성치료실 노래방 …169
책속에서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문은 열려서 내게 길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병원에서 10년째 음성 언어재활사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길을 내주지 않는 다른 성이 내 앞에 버티고 있다. 나의 가나안 길은 아직 순탄하지 않다. 나는 매일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자신에게 묻는다. 성들을 함락시켜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도 묻는다. 새로운 불안요소와 장애물이 성벽처럼 내게 다가오더라도 이제는 맘을 다잡고 뜀뛰기를 준비하는 운동선수처럼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성벽을 넘어가려고 시도한다. 지금의 나는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새로운 성에 도전한다.
-희; 여리고 성을 함락시켜라 中에서
[ 저자서문 ]
문뜩 그런 날이 있다. 바쁘면서 익숙한 나날이 흘러가다가 갑자기 나 홀로 시간의 격류에서 격리된 듯 하루가 느리게 느껴지는 날. 손에 익은 일이 너무나 익숙하여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정확하게 일을 하는 특이한 날. 매일같이 보아온 출근길과 퇴근길의 풍경과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마치 극장에 온 관객처럼 관조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어제와 오늘이 너무나 똑같다는 걸 깨닫는다. 어제 먹은 점심 식단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의 부분이 의미 없는 것처럼 나 자신도 잊게 되는 순간이다.
‘나’라는 사람이 공허함으로 가득하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지금까지 내가 병원에서 언어재활사로 지낸 여정을 한 번 써보려 했다. 쉽지 않았다.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업이 생각보다 더뎌지면 괜히 짜증이 나고 잡념이 드는 법이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나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록은 첫 문단도 다 쓰지도 못한 채 제쳐두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뤄둔 글은 점차 내 마음의 한구석에 자리 잡더니 어느새 미련으로 남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는 법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이 분원을 내면서 3일간 분원 언어재활사 선생님의 업무교육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언어재활사 중에서도 음성 언어치료 분야는 마이너 분야여서 전문적으로 음성장애를 담당하는 언어재활사의 수는 적다. 그렇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같이 나눌 동료 치료사를 만나기 어렵다. 기껏해야 일 년에 두어 번 참석할까 말까 한 음성치료 학술대회장에서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만남이지만 매일매일 경험하는 병원생활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누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이번에 만난 선생님은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병원생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음성장애 분야의 동료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그러나 회포를 풀기에는 교육자로 이수해주어야 하는 업무가 우선이었고, 3일은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치고 알려주려고 노력하였음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병원에서 환자와 마주한다는 것은 회색 벽 안의 작은 세계에서 배운 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직접 겪을 수많은 사건과 이야기에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일이 많다는 것을, 그래도 다시금 용기를 내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부족한 능력으로는 능숙하게 나의 성찰을 자연스럽게 교육에 녹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가 명확해지자 글쓰기에 의욕이 다시 샘솟았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세계에서 나 하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다. 병원 안에서 형성되어 있는 수많은 직업군 중 넓다고 할 수 없는 언어재활사의 세계에서 나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줄 만한 그런 큰 인물이 아니었다. 나조차도 대학원 1기라는 자랑스러운 명함이 함축한 그늘에 매 순간 고생하지 않았던가? 앞에서 이끌어주거나 정답을 보여준 선배가 없으니 직접 도전하고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조심스럽게 지금의 위치까지 도달하였다. 나의 언어재활사 생활은 실패와 도전의 연속일 뿐이었는데, 이는 뒤이어 올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열악한 환경의 선배세대가 후배세대에게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공허한 정신론에 불과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니 도움을 얻기로 했다. 동료 선생님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근
무를 희망하는 언어재활사 후배를 위한 조언을 남기기로 말이다. 나 하나의 경험을 엮은 책은 고작 개인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모두의 경험을 엮은 책은 뒷세대를 위한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음성치료를 담당하는 음성 언어재활사를 모아 우리의 병원생활을 써보자는 나의 제안에 여러 선생님이 동의하였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의 협력에 힘입어 구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라 첫 저술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부디 진솔하게 담아내려 한 여러 선생님의 경험이 뒤따라올 후배에게 이정표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나의 부족한 구상에 글을 보태어 준 여러 동료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본인의 경험을 글로 공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모든 분이 후배 언어재활사를 위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셨다. 한림대학교 이승진 교수님, 땡큐서울이비인후과의원 김현주 선생님, 강남대학교 김재옥 교수님, 강북삼성병원 조서연 선생님, 서울아산병원 정고은 선생님과 이담희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책의 출판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원장님과 모든 직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책 저술에 대해 격려해주신 충남대학교병원 병원장님과 이비인후과 모든 교직원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골절상으로 팔을 쓸 수 없었던 나를 대신해 손이 되어준 아들 지수와 딸 연수, 옆에서 나의 투정을 받아준 남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