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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6011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6-02-27
책 소개
목차
광인을 위한 해학곡
해파리Medusa
구멍
폭식 광대
작가의 말
책속에서
처음 본 장곡도의 모습, 그 첫 만남의 설렘을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그는 위아래로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마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의 모습 같았다. 머리는 거의 다 빠지고 없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맑고 건강했다. 간간이 터져나오는 기침 탓에 얼굴이 자주 일그러졌지만 다시 완만히 피부가 펴지는 것을 보며 뭔가 신선함을 느꼈다. 그의 얼굴 안에는 아이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내가 현관에 들어섰을 때 그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기침을 하고 있었다. ‘기침을 하자, 기침을 하자’의 기침이 었다. 또 그 기침은 타인과 정상적인 어법으로 소통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_「광인을 위한 해학곡」
“아직도 UFO 따위를 믿는 구석기 시대인이 있나?” 부겸은 TV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 외국인은 틀림없이 토니였다. 오후에 본 하얀 물체가 당연히 대형 해파리라고 믿고 있던 부겸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밑에서 불이 번쩍번쩍 나오긴 했지.”
부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작은아들이 말했다.
“에이, 그건 UFO 믿는 광신도들이 매일 써먹는 얘기죠. 유리 겔러가 밥숟갈 구부리는 게 진짜 초능력이라고 생각하세요?”
작은아들의 말에 부겸은 눈을 부라렸다.
“20년 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유리 겔러가 숟갈 구부리는 거.”
“에이, 그건 다 마술이라고 판명 났잖아요.”
_「해파리Medusa」
사태가 악화되자 서울시 곳곳에서 집단 공청회와 토론회가 열렸다. 비대위 측은 매일 아침 서울시에 몰려가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며 대책 마련을 해 달라고 시위를 했다. 그러나 시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을뿐더러, 서울시가 적극 추진 중이던 환경 미화 사업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멍에 대한 처리 권한을 백년구청으로 떠넘겼다. 백년구청은 무허가 주민들을 위한 주거지를 내줄 만한 예산이 없었다. 백년구는 서울시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구였으나 쓸데없는 곳에는 돈을 쓰지 않 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백년구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세금의 방만 운영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던 백년구청장은 옷을 벗어야 했다.
_「구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