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2245399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25-03-24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벽
강물에 베이다
희미하게 보이던 친구
먼 앨라배마
블루스, 왈츠, 탱고
보이지 않는 친구
제2부
푸른 말
언덕 위 잠수함
구용녀
근육
가자 가자 저 언덕 위로 가자
친구들
소 한 마리가 큰 나무 아래 앉아서 쉬고 있었다
제3부
서니 / 작은 서니
흐르는 물에 떠내려간
산이 무너지고 있었다
돌아올 수 있을까?
절벽 위에 핀 꽃
마네킹
아버지의 산
거울 속의 훌리아
중절모 쓴 돌고래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이 친구 정말 한 겹 벗어버렸구나.”
시신을 화장하고 암자에 영가를 안장했다. 나는 윤세 어머니를 찾아가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윤희가 어머니 집에 와 있었다. 윤희는 나를 보고 울었다. 윤희는 새 남자를 만났고 배가 많이 불러 있었다. 나는 윤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왕푸징에서 대운이를 만났다. 대운이는 은행을 그만두고 베이징에서 오퍼상을 하고 있었다. 오리고기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대운이가 말했다.
“윤세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인제 근처에서 무당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내가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수염이 많이 자랐지만, 윤세가 분명했어요.”
“그런데, 소문이 그렇다는 겁니다. 장이 서는 곳을 돌아다니는데 제법 용하다고 하던데요.”
숙소로 돌아왔는데 입안에서 모래가 서걱거렸다.
B와 D와 E와 F와 G가 같이 절을 했다.
B와 D와 E와 F와 G는 먼저 온 A가 앉아 있던 자리 옆에 가서 밥을 먹었다.
C가 주전자를 들고 와서 A와 B와 D와 E와 F와 G에게 술을 부어 주었다.
B와 D와 E와 F와 G가 천막을 벗어났다. C가 다시 돌아와서 A에게 말했다.
“깊은 밤에는 전화 좀 하지 마라.”
A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A는 B에게 전화를 걸어서 C가 좋은 시도 못 쓰는 쓰레기 같은 시인이라고 말했다.
B는 C에게 전화를 걸어서 A가 좆 같은 술쟁이라고 말했다.
C는 A에게 전화를 걸어서 B는 오입쟁이 개새끼라고 말했다.
D는 E에게 전화를 걸어서 F가 후레자식이라고 말했다.
E는 F에게 전화를 걸어서 A, B, C 같은 놈들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여자의 몸은 가볍게 물 위로 떴다. 여자의 얼굴은 빛났다. 여자는 가볍고 밝아졌다.
“아, 다른 세상이야. 나, 정말 새로 태어난 거죠?”
남자는 검은 안경을 쓴 채 웃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해변에 누워 있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먼 나라로 가면 안 돼요?”
“좋습니다.”
“어느 나라가 좋으세요?”
남자는 검은 안경을 쓴 채 대답했다.
“남아메리카라면 다 좋아요.”
여자는 남자의 입에 오래 입을 맞추고 나서 말했다.
“기다려요. 헤엄치고 돌아올게요.”
여자는 바닷속으로 헤엄쳐 나갔다.
남자는 일어서서 검은 안경을 벗었다. 여자는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눈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