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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그림책
· ISBN : 9791185057286
· 쪽수 : 32쪽
· 출판일 : 2016-09-01
책 소개
책속에서

“덕배야! 물때에 늦겠다. 어여 가자.”
새벽 1시, 바닷바람이 찬데,
할아버지는 언제 일어나셨는지 채비를 다 하시고선 휑하니 걸어가십니다.
“우리 손자, 어여 가자. 다행스럽게도 오늘이 네물이라 좀 건질 게 있겠구먼.”
나는 연신 하품을 하며 할아버지를 쫓아갑니다.
독살은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만들었습니다.
독살은 바닷가에 돌을 쌓은 그물입니다.
바닷물이 물고기와 함께 밀려왔다가 돌 사이로 빠져나가고 나면,
물고기만 남습니다. 그걸 건져 올리는 것입니다.
“덕배야, 독살은 말여, 오는 것만큼만 먹는 거여.
욕심 부리지 않고 바다와 나눠먹는 거란 말여.
바다허고 독살허고 동네사람들허고 말여.”
할아버지는 물을 첨벙거리며 독살에 다가섰습니다.
“오늘이 종구 할애비 생일날이여. 고기 몇 마리 잡아다 주자꾸나.”
나는 할아버지와 둘이 삽니다.
처음엔 외롬탐을 했지만, 이제 할아버지와 정이 들어 신나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독살에 가자고 오밤중에 깨우는 것은 힘겹기만 합니다.
내가 보기엔 독살은 그저 바닷가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애물단지처럼 보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는 벌써 구급차에 실려서
시내병원으로 간 뒤였습니다.
그날따라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독살에 앉아,
홀린 듯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나는 겁이 덜컥 났지만, 혼자 집을 지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전 처음 혼자 집에 있으려니,
쿨럭이던 할아버지 해소 기침소리도 그리웠습니다.
뒤척이다가 잠깐 잠이 든 사이에 꿈을 꾸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모였을까 싶게
사람들이 모여서 독살을 쌓고 있습니다.
깜깜한 밤이 되도록 울력으로 독살을 쌓고 있습니다.
횃불이 여기저기 지펴지자 독살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들 수고들 하셨네. 이 독살은 우리 모두의 것일세.
함께 일했으니 독살에서 얻은 것도 함께 나누어야지.”
일주일 만에 겨우 할아버지를 뵐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할아버지는 옴팍 늙으셨습니다.
그해 겨우내 할아버지는 독살에 갈 수 없었습니다.
햇살이 따뜻한 봄날 저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독살에 가실 채비를 하고, 나를 보챕니다.
“할아버지, 물때도 안 좋구, 누구 동네 어르신 생신도 아닌디, 뭐 할려고 독살에 간대요”
“독살이 너무 심심할 것 같잖여”
할아버지가 껄껄껄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할아버지와 나는 봄 노을 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