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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91185413266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01 1월 23일 오후 2시 025
#02 소년원 창살 안에서 033
#03 어쩌다 터미널파 ‘오야붕’ 039
#04 짜장면과 아내 045
#05 깡패, 성당에 진출하다 051
#06 아내의 지극한 기도로 하늘 문이 열리다 059
#07 빛으로 오신 하느님 067
#08 동생들아! 성당가자~ 073
#09 주님, 저 말리지 마세요 079
#10 주님, 왜 꼴통을 제게 보내셨습니까 087
#11 큰소리 ‘빵빵’ 쳐 빵집 냈는데 095
#12 형님, 피정이 웬 말이오 101
#13 늘 깨어있으라 하신 주님 109
#14 남의집살이의 서러움 115
#15 1월 23일 오후 3시 123
책속에서
“저에게 신앙은 다른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깡패에 약쟁이가 종교를 갖는다니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입니다. 저를 알던 사람이라면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겁니다. 미사를 마치고 집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친구들에게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잠시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이더군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아침을 먹으며 TV 뉴스를 틀었습니다. 저는 TV에서 흘러나오는 한 뉴스에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만나기로 한 친구들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TV 화면 속에 나온 것입니다.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옆자리 손님들과 시비가 붙었고, 한 친구가 칼을 들고 상대 일행을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날 같이 만나기로 했던 친구 4명이 모두 구속됐고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어젯밤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욱하는 성격에 내가 칼을 들었겠다. 평소 내 성격으로 봐서는 틀림없이 그랬을 거다. 내가 누군가를 죽였든 아니면 서로 얽히는 사이 내가 죽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최소한 살인 공범으로 교도소에 갔겠구나…’
‘하느님께서 나를 구해주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깡패, 성당에 진출하다
“전날 고해성사를 봐서 마음은 한결 편해진 상태였습니다. 모든 조명을 끄자 진행자가 구호를 외치라고 하더군요. “오소서 성령이여!” 저는 속는 셈 치고 따라해 봤습니다. 그런데 구호를 외치자마자 뜨거운 빛이 제 온몸을 비추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몸에 빛이 들어와 온 곳을 휘젓고 다니며 몸을 불태우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지금껏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양심의 가책이 거센 파도처럼 끊임없이 저를 후려쳤습니다.
전 처음으로 제 민낯을 바라보았습니다. 약쟁이, 인간쓰레기, 깡패, 폭력을 일삼는 남편, 못난 아버지, 불효막심한 아들….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살면서 해온 못된 짓과 피해준 이들에 대한 용서를 간절히 청했습니다. 이어 하느님께 세 가지를 청했습니다. 믿음을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약을 끊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런데 청하는 기도를 드리자마자 하느님께서 저를 끌어안아 주신 것 같았습니다. 순간 저는 이제는 살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죄인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저는 첫 피정 이후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다는 마약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피정 이후 단 한 번도 마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치료제에 의존하지도 않으면서 마약을 끊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저는 감히 기적을 체험했다고 고백합니다.”
-빛으로 오신 하느님
“세상 최고였던 돈보다 더 좋은 하느님을 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무작정 깡패 동생들에게도 성당에 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저 사람이 미쳤나 하는 표정이더군요. 그런데 말이 권유고 제안이었지, 제가 한 말은 사실 명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조직이었으니까요. 제 말이 법이었고, 조직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는 조직 떠나라고 으름장을 놓았으니 억지로 성당에 나갈 수밖에요. 그렇게 주일이면 문신한 사람들이 성전을 채웠습니다. 어깨며 팔이며 온몸을 도화지 삼아 문신을 곳곳에 했던 동생들이었죠. 문신한 사람들, 아니 깡패들이 성당에 왔으니 신자들이 얼마나 놀랬을까요. 신자들은 기겁하며 저희를 피하기도 하고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꽉 차는 주일미사에도 저와 동생들이 앉은 자리 옆은 늘 비어있더군요. 누가 저희 옆에 올 수 있었겠어요. 저희와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평화를 빕니다”라는 그 짧은 말을 더듬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미안해 살짝 웃기라도 하면 신자들의 얼굴은 더 굳어졌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같이 앉아있기 싫었을까요. 미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추측이지만 저희 때문에 다른 성당으로 옮겨 간 신자들도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저 하느님이 좋아서 그 좋은 하느님을 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신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줬습니다.”
-동생들아 성당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