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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333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15-05-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겨울 산책
꽃
두부
반죽
삶은 계란처럼
거울
목련 왕국
맛이 간다는 것에 대하여
화분
주문진
먼지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호미
겨울 귀뚜라미
공기방울집
제2부
눈물
지렁이
염낭거미 가족
바랭이
절벽 위에 핀 꽃은
개미들의 세계에서는
바랭이의 생존 전략
허리 굽은 노인
노을을 지피듯
민들레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
거미줄
거미
자전거
새싹
제3부
허무주의자
마늘
기침
나무의 생계
겨울 빨래
독서 일기
아르바이트
똑순이
고백
잠자리가 말없이 나를 불러 세우다
소리산
그대 생각
손목
고요 속의 폭풍처럼
프로권투와 시(詩)
제4부
자화상(自畵像)
돈과 마음, 그리고……
입사지원서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신다
후박나무
우울한 건달처럼
딱새
캔
사방-연속-꽃무늬-벽지처럼
아흐레 민박
고추잠자리
칼국수
거리의 이름
신윤복의〈미인도〉를 보다가
담뱃불
해설 변용(變容)의 가치 / 백인덕(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늘
마늘을 깐다.
쪽수만 많은 마늘처럼 보잘것없는 날들의
껍질을 벗겨낸다.
이제 더 이상 쪼갤 것도 없는 살림살이들을
하나하나 벗겨내다 보면
단단한 세월의 껍질 속에 숨어 있던
얇고 투명한 눈물의 막이 벗겨진다.
망막을 자극하며
혀끝을 도려내는 맵고 아린 날들의 기억 끝으로
죽죽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얼룩무늬 벽지를 적신다.
함지박 가득 마늘을 깐다.
쪽방촌 쪽방으로 나앉은 가난의 껍질이
쪽방 가득 쌓인다.
쪼개면 쪼갤수록 늘어만 가는 근심, 걱정처럼
얼얼한 손끝마다 지독한
슬픔의 냄새가 묻어나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슬픈
냄새의 끝으로 한없이 달아날 적마다
작고 야무진 그녀의 손끝에서
풀죽은 삶의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마늘쪽 같은 사내.
먹구름 속 천둥, 번개가 치는 하늘도 오늘은 두 쪽이 났는지
겹겹 구름의 껍질을 벗으며
하루 종일 눈물을 쏟는다.
[시인의 산문]
너는 언제나 소문보다 빨랐다.
소문의 꼬리는 생각보다 가늘고 길었지만
잘 잡히지 않았다.
어쩌다 잡고 보면 헛것일 뿐이었다.
어느새 너는 다 빠져나가고
허물만 남았다.
뱀보다 징그러운 나만 남았다.
네가 벗어놓고 간 허물을 뒤집어쓴 채
잠이 들었다.
증오라는 말을 사랑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