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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341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1-10-01
목차
1부 문에도 멍이 든다
하늘
올비
문에도 멍이 든다
부부송
찔레꽃조기
향나무지팡이
봄볕에 뜨락에 나와 앉아
콩나물과 예술 사이
동막 마을
여우와 늑대의 오감도
불치
함부로 밀지 마라
어떡하니
하마터면 말할 뻔했다
2부 달리는 펑크
달리는 펑크
툇마루에 걸터앉아 달을 보며
燕鴻相違연홍상위
풍경이 살풍경을 말하다
배롱나무
매화가 나에게
눈치
가슴벽
물싸리꽃을 기다리다
땅은 내려다보고 있는 멍든 하늘이다
공생
북한강에서
시의 힘
산문散文에 기대어
3부 매괴화 두 송이
발견자 양금숙
넝쿨아내
매괴화 두 송이
홍시 1
무쇠솥
강 쪽으로 굽은 소나무
도모지塗貌紙
목련 아동 꿈터
공터에서 낚아 올린 것들
불면
사 살려 주 주세요
금남로錦南路
꽃무덤
영혼을 적시는 시
4부 녹두죽이 먹고 싶다 했더니
달밤
번개엄마
활과 휠체어
녹두죽이 먹고 싶다 했더니
꽃물
검은 도마
동짓날
눈꽃
가방
절망
사친별곡思親別曲 1
이자이李滋伊
유서
매화꽃 말씀
해설 전천후와 열망을 향한 헌사 이정환(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에도 멍이 든다
누가 저 방문에 목숨 한 숟가락 꽂았을까
추위는 검은 두루마기 같은 구름 두르고 찾아왔다
안방이 단단히 잠겨 있다
나비장석에 걸려 있는 놋쇠 빼다가
왜 목숨 하나가 갇혀 있는지를
네발로 기어 다닐 때 암죽을 먹여주고
두 발로 걸어 다닐 때 도시락 챙겨주고
두레상 펼쳐놓고 함께 밥을 먹던
그 숟가락을 생각한다
곰팡이 푸르게 슬은 모진 쇠붙이 하나
겉과 속을 나누는 문 앞에서
늙은 숟가락이 늙은 사람을 붙들고 있다
명치 끝 방에 피멍이 드는 밤이다
삭은 문이 흔들리며 몸서리치고 있다
휠체어 바퀴 테두리가 반짝인다
뼈만 남은 반달 숟가락에 얼굴이 비친다
평생을 한 몸처럼 입속에서 살아온 쇠붙이
아버지의 목숨 한술 뜨고 있다
부부송
우두두둑 뚜두둑
봄기운에 잔설을 털어내는 소나무 가지들
관절 풀리는 소리가
악양 평야의 마디마디를 깨운다
겨우내 두꺼운 추위 껴입고서
황량한?들판 지키느라?잔기침도 많았겠다
온기 없는 빈방에서?선잠 자느라
삭은?몸이 얼음장 되었겠다
이웃도 경로당도 없는 외딴 들녘에
적막 한 칸 세 들이며 사느라 밤도 길었겠다
금싸라기?알곡들?방앗간으로 밀려간 뒤
제비가 낮게 뜨니 비가 오겠구나
두 눈을 비비니 더욱 침침하구나
들 끝에 바람을 얹고 삭정이로 흔들리는
앙상한 부부송
섬진강 따라 매화꽃길 따라
평사리로 시집왔던 봄
그때가 좋았다고
송홧가루 날리며
예순네 해를 서로에게 뿌리내렸다
올비*
잠든 아기 머리맡에
뻥튀기 옥수수 한 바가지 놓고?
호미 들고 나간다
해마다 하천이 넘쳐 물에 잠긴 너였다?
죽 한 그릇이면 살 수 있다는 올비밭
쌀 한 말 이고 가서 건졌다
자고 나면 번지고 자고 나면 커지고
뽑아도 자라고 찍어도 내리고
아래로 위로 시퍼런 등줄기가 들불처럼 번졌다
가난은 뿌리에서부터 찾아오는가
네 뿌리를 잘라 먹으며 가난을 캤다
해도 깨지 않은 첫새벽부터 별 뜨는 밤까지
목숨보다 질긴 올비를 캤다
세 살배기 아들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사람들과 사수재를 넘고 와룡산을 뒤졌다
사흘 만에 집 앞에 있는 못에서
낮달이 떠올랐다
싸늘한 달을 품에 안고 애장터에 묻었다
뿌리 하나 뽑는데 한 생애가 지나갔다
*뿌리가 깊고 번식력이 좋은 잡초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