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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728979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0-01-23
책 소개
목차
1장 을지로의 표정
“여기가 아주 재미난 데예요, 서울 같지 않은 서울” ?풍년이발소
2장 을지로의 풍경
“을지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요” -오팔
3장 을지로의 공간
“을지로는 작가들에게도, 기존에 계시던 분들에게도 안정적인 지역이 될 수 있어요” -망우삼림
4장 을지로의 물건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시대, 더 많은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노말에이
5장 을지로의 간판
“트렌디한 게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거예요” -디자인점빵
6장 을지로의 시간
“이곳에서 이화다방의 5대도 기대하고 싶어요” -에이스포클럽
7장 을지로의 대비
“을지로 스타일 속의 자기 스타일” -CAC
을지로를 더 알고 싶은 당신에게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몇 년째, 시티트래킹이라는 이름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호주를 시작으로 도쿄, 뉴욕, 서울 등 다양한 도시의 모습들을 펜과 사진으로 담는 일이다.
여행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국적이거나 새로운 풍경에 눈이 가게 된다.
서울에서도 도시의 색깔이 느껴지는 멋진 곳들을 그리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을지로는 뭔가 달랐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거칠고 낡은 오래된 풍경이 화려한 빌딩보다 더 마음에 들어왔다.
다른 동네와는 다른 이 골목만의 매력이 있었다.
익숙한 듯 낯선 듯, 오래된 듯 새것인 풍경을 따라 지나가다 보면
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골목을 채운 물건들이 보인다.
좁은 길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더 많이 보이고,
‘삼발이’라고 부르는 바퀴 세 개 달린 이동수단도 자주 등장한다.
횡단보도 옆에 ‘손수레길 자전거’라는 표시가 있는 이유를 알겠다.
길 군데군데에는 특색 있게 생긴 손수레, 간판, 의자까지 표지판처럼 서 있다.
이곳저곳 고치고 손질하고 구조를 변형시킨 흔적을 보고 있자니,
을지로의 장인들은 직접 만들어서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장소와 물건을 보다 보면 사람에게도 눈이 간다.
낮에는 아버지 세대의 작업자 분들이 골목을 바쁘게 돌아다니시지만,
밤이 되면 멋진 술집과 카페를 찾아온 젊은 세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하다, 돌아다니다 마침내 발길 멎은 곳은 노가리 골목.
세대를 가리지 않고 등을 맞댄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맥주를 마신다.
‘을지로스럽다’는 표현을 사전처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을지로’ 하면 이런 특색 있는 모습들을 떠올리곤 한다.
선명한 이미지들을 구체적으로,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이유는
70년이라는 시간이 골목마다 스며들어 지금의 을지로를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
이런 모습들이 잊히지 않았으면 했고,
그 안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볼 수 있는 만큼, 찍을 수 있는 만큼, 그릴 수 있는 만큼 드로잉과 사진으로 시선들을 수집했고, 이곳에 자리 잡고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을지로와 살아온 시간을 함께 나눴다.
-프롤로그
이기홍: 제가 10월에 여기에 왔는데, 그해 겨울에 판코리아 건물을 해체하기 시작했어요. 동네의 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시점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때 저도 고생한 게, 이 지역 대부분이 옛날 건물이다 보니 구역이 정확하게 나뉘어 있지 않아요. 한 벽을 양쪽 건물이 같이 쓰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여기가 아주 재미난 데예요, 서울 같지 않은 서울. 건축업자들은 그런 사정을 잘 모르죠. 하루는 일하는데 이 벽이 확 넘어가더라고. 대형사고 났지. 저쪽에서는 벽이 서로 붙어 있는 걸 모르니까 포크레인으로 뻥 찼는데 이쪽까지 같이 넘어간 거야. 여기만 넘어간 게 아니라 저쪽으로 붙어 있던 건물도 상당히 넘어갔어요.
설동주: 서울에 아직도 그런 데가….
이기홍: 여기가 아주 재미난 데예요. 서울이지만 서울 아닌 곳이 서울역하고 이쪽 동네예요. 종로, 쭉 들어가서 낙원동까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잖아요. 지금까지 그렇고. 70~80년대만 해도 여기가 서울의 중심지였거든요. 그때만 해도 강남이 없었잖아요. 여기 가게 한 평만 있어도 당시에는 돈을 포대로 담는다고 그랬어요.
- 1장 을지로의 표정
윤소영: 평일과 주말의 모습도 많이 달라요. 평일에는 기계가 덜컥거리는 소리, 배달 가는 소리, 음식 냄새, 심지어 쌍화탕 향기까지 나거든요. 저는 그래서 평일이 더 좋아요. 평일 을지로에 오시는 분들도 그 활기를 좋아하시더라고요.
설동주: 비슷하다. 저도 평일과 주말이 다른 게 매력적이었거든요.
윤소영: 이 동네에 출근하시는 쌍화탕 할아버지가 계세요. ‘어르신,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여쭤봤는데 너무 즐거우시대요. 항상 뽕짝을 틀어놓고 다니시는데,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쌍화탕 냄새가 환상이에요. 이분은 주로 아침에 오시고.
설동주: 이 골목에 오시는 거예요?
윤소영: 네. 골목 에피소드 하나 더 들려드리면, 길을 쭉 따라가면 구둣방이 나와요. 보통 구두 수선 맡기면 안 가고 기다리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자주 마주치는 할아버지가 보통 멋쟁이가 아닌 거예요. 을지로 여기저기 건물을 갖고 계셔서 구둣방을 사랑방 삼아 매일 나들이 나오신대요. 구둣방 사장님과 대화하는데, 독백하듯이 ‘주말에 어디 갔잖아’ 하시면 구둣방 사장님은 ‘그치’ 대답하시고.
설동주 저도 아까 지하철역에서 중절모까지 노란색으로 싹 맞춰 입으신 멋쟁이 할아버지를 봤어요. 우산 딱 들고. ‘을지로의 멋쟁이’ 코너를 넣고 싶네요.
- 2장 을지로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