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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66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0-05-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나는 목관악기의 나팔관으로 숨어든다
분화구 사이로 환(幻) - 11
구름 이식 수술 – 12
마루타 알바 – 14
길몽적 조각 – 16
붉은 어항 – 18
동선(動線) - 20
마시란 해변 – 22
미스터리 쇼퍼 – 24
빈센트 반 고흐류의 작업 시간 – 26
사슴벌레 녘 – 28
색청 – 30
얼음꽃 터널 – 32
인디언 상형문자 – 34
믹소포비아의 시간 – 36
제2부 지구가 우주에 피어난 사과꽃처럼 보이는 시간
사자에게 던져 줘 – 41
외계 행성 사과밭 – 42
무덤의 기억 – 44
붉어지는 경계선 – 46
시계를 돌리는 방식 – 48
카데바 – 50
캣맘 – 52
태양의 얼음판 – 54
팬터마임은 선인장이었을까 – 56
폭설(暴說) 주의 – 58
소금 창고 – 60
폭행당한 동상에게 – 61
핸드 드립 – 62
나무 칸타타 – 64
제3부 자른 귀 흔들지 마세요 내 거잖아요
둥글다, MTB – 69
자본주의 – 70
아버지의 귀 – 72
핸드폰과 녹턴 – 73
돌바퀴 화폐 – 74
순장 소녀 – 76
셰이커를 흔드는 여자 – 77
식물원에서 – 78
안과 밖 – 80
오호츠크해 명태 – 81
트럭의 우울 – 82
불편한 외계인설 – 84
호접란 – 86
잠수종 – 88
제4부 비밀번호를 눌러 당신의 눈꺼풀을 연다
두 겹의 정체 – 91
노트북 켜는 시간 – 92
그리운 곰 – 94
바퀴에 살해당하는 공간 – 96
유령의 구급차 – 98
마사이족 워킹 – 100
킬힐 – 102
여배우의 별점 – 103
전기톱 절단 사건 – 104
침몰선 – 105
해 지는 쪽으로 달린다 – 106
처세술 – 107
달을 굽는 사내 – 108
천지수(天地水) - 110
휴머노이드의 사랑 – 112
해설 남승원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면 – 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구름 이식 수술
―감정노동자 J에게
오늘은 녹아내린 얼굴에 새털구름을 이식하는 날
이식편을 양쪽 뺨에 그물처럼 늘려 놓으면
구름 보조개가 혓바닥을 끊임없이 빨아들일 거야
흙탕물은 피부를 자극하며 어디로든 흘러갈 거야
구름 입자 하나씩 이식하는
손가락마다 묻어나는 물방울들
실내 온도와 조명 각도 때문에
사람들의 욕설도 녹아내릴 거라 생각해
표정은
봉합술로 하얗게 빛나고
가슴은
그늘져 어둡고
막장드라마 화면으로 들어가던 순간
뺨은 모두 녹아내린 거야
각종 구름이 날아다니는 저녁
맨홀처럼 둥글게 열상 입은 붉은 노을을 벗겨 내야지
이제 혓바닥이 수직으로 발달하여
성층권을 넘는다 해도 두렵지 않아
구름은 진피 조직을 자극하며 차오르고
구름 보조개가
거리의 혓바닥을 재배열할 테니까 ***
달을 굽는 사내
빈 옷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
팔월의 좁은 골목길로 흘러드는 별똥별처럼
벌어진 문틈으로 들어오는 눈보라
한쪽 팔이 없는 사내가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뜨겁게 달구어진 팬에 반죽을 넣는다
신호등이 사내의 삶 앞에서 항상 붉은색이어도
아이들의 기호가 돌고래자리인지 독수리자리인지를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마케팅의 제1원칙이라고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밤하늘의 검은 여백을 조절한 팬 앞에서
반죽이 금강석이 되도록 달을 구우려 했지만
뚜껑을 여니 이번에도 실패다
검게 타서 반은 숯덩이가 된 분화구
달을 굽다가 실패하면 어떤가
사내는 예열된 팬에 또다시 반죽을 떠 넣으며
과자처럼 바삭하지는 않지만
자꾸 손이 가는 토끼를 품은 달을 굽는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스쳐 지나간 얼굴들
환상통을 앓으며 그들을 굽고 나자
불꽃이 분출하는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갈색의 달이 생크림 모자를 쓰고 있다 ***
외계 행성 사과밭
지구가 우주에 피어난 사과꽃처럼 보이는 시간엔
배고픔도 사과 껍질처럼 길어진다
우주 버스는 안드로메다를 떠도는 꽃잎으로 반짝이다가
외계 행성의 분화구에 나를 쏟아 놓는다
사과나무를 심다 보면 UFO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
그것은 일종의 보너스 같은 거지
이때 나는 외계인들이 던져 준 물고기를 모아 놓는다
무중력 속의 사과밭에서 물고기로 허기를 달랜다
우리 가족은 천체망원경을 들고 수시로 나를 관찰한다
그들의 눈엔 끊어지지 않고 늘어진 사과 껍질이 보일까
내가 새로운 외계 행성 사과밭을 개척할 때면
돌아오라 아들아, 아버지는 메시지를 보낸다
아버지는 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끝까지 버티며 반쯤 핀 사과꽃만 전송한다
분화구 사과밭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아름다워
기억은 선명한 미장센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붉은 사과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다니
적응 안 되는 환경이 두렵다
변함없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계속되었고
나는 외계 행성의 DNA를 코로 힘껏 흡입했다
벌거벗은 몸이 떠오르며 우주 전체가 따뜻해졌다
이곳에서 보면 지구는 사과를 떨어뜨리기에 너무 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