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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343010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목수의 서재
책장
책상
의자
책
청춘의 서재
여성의 서재
공공의 서재
선비의 서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끔, 아니 솔직히 말해 자주 은퇴 이후를 생각한다.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목수로서의 마지막 작업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사용할 책상과 책장, 그리고 죽고 나서 쓸 관 하나를 짤 생각이다. 손에서 연장을 내려놓고 서재에 들어앉아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보고, 로마제국의 흥망사와 십자군 전쟁과 동서 문명 교류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을 것이다. 가끔 옛 친구들을 만나 술 취해 돌아오면 서재에 들기 전 잠깐 창고에 들러 관을 쓰다듬으며 이 정도면 지금 죽어도 큰 아쉬움은 없을 거야, 중얼거리며 미소 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요원한 날이 오기 전까지 내 손으로 나의 책장을 만들 가능성은 적다. 책장은 생각보다 손이 꽤 많이 가는 가구이기 때문이다. 다섯 피스짜리 책장 세트를 만드는 데 보통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가 걸린다. 목수 일로 먹고사는 내가 수입을 포기한 채 많은 자재비와 공방 유지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쓸 책장을 만드는 사치는,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_‘목수의 서재’에서
한국의 애서가들은 책에 집중할 뿐 책장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책에 관해서라면 열흘 밤낮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책장을 주제로는 단 10분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다. 아마도 애서가가 지닌 외곬의 이미지, ‘나는 핵심에만 집중하며 나머지 표피적이고 부수적인 것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는 식의 협소한 사고에 갇힌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종종 하게 된다. 책은 주인의 손보다 책장에 더 오래 머문다. 책을 사랑한다면서 책장을 소홀히 대하는 것을 나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_‘책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