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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996064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5-12-1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병든 사람을 위한 연고
2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다른 여러 방법
3 너무 많이 사랑한 고고학자들
4 상실의 고고학
5 다시 메우기
6 중기 구석기의 연민
7 주차장의 성 리처드
8 철기시대의 문제적 물건
9 테르미누스 안테 퀨
10 사천 살의 사지마비 환자
11 현장 학교
12 블루 피그
13 아마도 한 명, 하지만 확실히는 모름
14 양립할 수 없는 믿음들
15 펠로 데 세
16 카파코차
17 땅의 인류학
18 사별의 슬픔과 헤드헌터의 격분
19 무덤 Bj581
20 틀니의 역사
21 두번째 유해
22 수렵채집인
감사의 말
책속에서
그래서, 마크는 내게 문자를 보내고 라디오를 끈 다음, 아마도 물과 함께 펜토바르비탈을 삼켰을 것이다. 그 약은 효과가 빠르다. 그는 몇 분 안에 잠들었을 것이고, 아마 한 시간 안에 사망했을 것이다.
마크는 나를 생각했을까? 외롭고 버려진 기분을 느꼈을까? 나를, 자기 어머니를, 누구라도 그 어둠이 스며드는 동안 그의 손을 잡아줄 사람을 외쳐 불렀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견딜 수 없지만, 머릿속에서 몰아낼 수도 없다.
"마크?"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척 고요했다. 갑자기 뱃속의 모든 장기가 30센티미터쯤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멀미가 날 것 같고 속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느낌이 왔지만, 확신은 아니었다. 그때까지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 우리의 세상이 달라지기 전 마지막 순간이라고, 이것이 내 옛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걷는 걸음이라고.
"이 남자분이 남편이신 마크 플루체닉이라는 걸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아주 잘 아는 몸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알던 생기 넘치던 때의 마크와는 너무도 달라진 몸이었다. 이건 마크가 아니야. 진짜 마크는 아니야. 그냥 일종의 갑옷 같은 거야. 병이 진행될수록 온전했을 때 마크를 이루던 층들이 차례로 벗겨져나갔다. 먼저 페인트와 광택제의 층이 떨어지고 이어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마모되면서, 그는 더 흐릿한 사람이 되어갔다. 기쁨과 유머가 점점 닳아 사라졌고, 사려 깊은 지성은 명백한 사실들의 덩어리 같은 것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음으로는 신체의 활력이, 자신감 넘치던 체력이 빠져나갔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 모든 게 다 벗겨지고 남은 이 고갱이뿐이었다. 똑 부러지던 자기확신조차 없어져버린 마크. 그저 고통, 그리고 사랑과 용기. 그리고 지금은, 그조차도 없다. 그냥 기억들뿐. 이야기들뿐. 이야기와 연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