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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9208172
· 쪽수 : 101쪽
책 소개
목차
우리는 바퀴벌레 특공대!
엉터리 바퀴벌레 마법사
우주의 법칙이 깨졌다고?!
토리는 인간인 게 싫어
개답게 사는 법
뒤바뀐 심부름 대장
인기 짱 도토리
힘찬이는 내 친구야
고추? 내 고추!
다시 만난 바퀴벌레 마법사
토리의 앙숙, 고양이 순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엉터리 바퀴벌레 마법사
진우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급하게 이사를 오는 바람에 아직 친구 한 명도 못 사귀고 외딴 섬처럼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똥강아지 토리를 부하 삼아 헌집에서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바퀴벌레를 소탕하거나, 토리가 사람이라면 뭘 하고 놀지를 상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여느 날처럼 바퀴벌레 악당을 처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둘 앞에 자기를 바퀴벌레 마법사라고 소개하는 대왕 바퀴벌레가 나타난다! 게다가 목숨을 살려 준다면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는 게 아닌가! 진우는 같이 놀 친구를 얻을 작정으로 토리를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대충(?) 소원을 빈다. 하지만 엉터리 바퀴벌레 마법사가 진우와 토리의 몸을 바꾸어 버리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데…….
나는 고개를 흔들어 무서운 생각을 쫓아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실내화를 번쩍 들어 올려 바닥을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또다시 웬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와 움찔하고 말았다.
“조용히 지나가겠다는데, 거참 야박하게 구는구먼. 좋아, 날 살려 주면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토리의 앞발 아래에서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면 앞발 아래 깔린 바퀴벌레한테서!
“말도 안 돼! 바퀴벌레가 말을 한다고?”
나는 바퀴벌레를 가리키며 소리를 꽥 질렀다. 토리도 놀랐는지 슬며시 앞발을 떼고 물러섰다. 꼬리가 엉덩이 아래로 숨어 버린 걸 보니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후유, 이제 좀 살 것 같군.”
바퀴벌레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몸집도 얼마나 큰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주먹만 했다. 대왕 바퀴벌레는 악당의 우두머리가 분명했다.
“으악! 괴, 괴물이다! 진짜로 말을 했어!”
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딘가에 신고를 해야 하나?
“예끼! 괴물이라니, 말이 심하군.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위대한 바퀴벌레 마법사님이시다.”
바퀴벌레가 짧은 앞다리로 더듬이를 쓸어 넘기며 으스댔다.
토리는 인간인 게 싫어!
졸지에 토리가 된 진우는 바퀴벌레 마법사에게 소원을 취소해 달라고 어깃장을 놓아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낸다. 그 열쇠는 토리의 결심에 달려 있었던 것! 소원을 취소하는 방법도 알았겠다, 이왕 개로 변한 마당에 상팔자를 누려 보자는 생각에 진우는 당분간 토리로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너무나 싫어하는 치과 치료는 물론이고 잔뜩 쌓여 있는 숙제, 그리고 재미없는 학교생활을 몽땅 토리에게 떠넘길 작정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토리는 진우의 꼬드김에 홀랑 넘어가 생전 처음 해 보는 인간 노릇을 하느라 고군분투한다.
한참 동안 웩웩거리고 있는데 토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토리, 인간 안 할래! 인간 돼서 좋은 게 하나도 없어. 엄마도 아빠도 토리만 미워하고…….”
토리가 침대를 팡팡 치며 투덜거렸다. 녀석의 말을 듣자 구역질이 재깍 멈추었다. 이러다가 치과에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샘솟았다.
나는 침대 밑에서 어기적어기적 나왔다. 토리가 실수로라도 “다시 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네가 아직 인간으로 사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래. 금방 배워서 익숙해질 거야. 맞다! 내일 풍선껌 사 먹어. 내가 풍선껌 씹을 때마다 너도 먹고 싶어 했잖아.”
“풍선껌? 네가 입으로 풍선 만들던 거?”
토리가 관심을 보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래, 그거. 내 저금통에서 천 원만 꺼내서 써. 딱 천 원만이야.”
돈이 너무 아까웠지만 치과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
‘그런데 토리가 계속 사람으로 있겠다고 우기면 어쩌지? 아니야. 내일 치과만 다녀오면 득달같이 개로 돌아가겠다고 할 게 뻔한데, 뭘.’
나는 토리를 힐긋 보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토리는 풍선껌 생각에 빠져 아까 일은 모두 잊어버린 듯했다. 정말 단순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