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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9208547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용감한 꼬마 돼지
진짜 괴물
그래도 의좋은 형제
그냥 파리도 아니고
리뷰
책속에서
용감한 꼬마 돼지
서준이는 세 살 위인 형, 민준이 때문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툭하면 힘자랑을 하며 윽박지르고, 장난감이라도 만질라 치면 불같이 화를 내는 통에 형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한다. 좋아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인 꼬마 돼지처럼 용감해지고 싶지만, 엄마가 옆에서 힘을 실어 주지 않으면 시도조차 어렵다. 그래도 언젠가 용기를 내서 괴물 같은 형과 맞서리라고 다짐하면서, 그림책 속 꼬마 돼지를 오려 소중하게 간직한다.
형은 나보다 힘이 세다. 적당히 조금만 센 게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세다. 지금까지 형하고 팔씨름을 해서 이겨 본 적이 없다. 엄지를 세우고 하는 손가락 씨름도 맨날 형이 이긴다. 뭐든 형하고 붙으면 내가 진다.
“당연하지. 네가 세 살이나 어린 동생이잖아.”
엄마는 나도 나중에 형처럼 힘이 세질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힘이 세지면 형은 나보다 더 힘이 세졌다. 결국 나는 영원히 형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거다. 동생으로 태어나 사는 게 얼마나 억울한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도 딱 하나, 내가 형보다 잘하는 게 있다.
“한글은 서준이가 민준이보다 일찍 깨쳤어.”
엄마가 여러 번 말했다.
형은 이 말을 무지 싫어하지만 나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얼마나 좋은지 발바닥이 땅에서 살짝 떠올라 동실동실 떠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래서 틈만 나면 형 앞에서 보란 듯이 그림책을 펼쳤다.
(중략)
나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방바닥을 두리번거리다가 책꽂이로 눈길을 돌렸다. 뭔가 달라져 있었다! 내 그림책들이 죄다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까지 읽었던 《용감한 꼬마 돼지》는 가장 높은 칸에 있었다. 책꽂이 아래쪽에는 형이 읽는 글씨가 바글바글하게 많은 책들밖에 없었다. 형 짓이었다.
‘쳇, 내가 못 꺼낼 줄 알고?’
불쑥 화가 치밀었다. 나는 책꽂이 아래 칸에 꽂힌 책들을 몽땅 꺼내서 계단처럼 높이 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가서 팔을 쭉 뻗었다.
“야! 누가 내 책 밟으래?”
형이 다짜고짜 내가 디디고 있던 책을 확 잡아당겨 뺐다. 그 바람에 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
진짜 괴물
민준이도 동생 때문에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보란 듯이 책을 펼쳐 읽으며 자신을 욕먹이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엄마는 서준이 편만 들면서 자신을 나무라기 때문이다. 양보와 배려는 자기에게만 요구되는 것 같아 갑갑하기만 하던 그때, 밤마다 자기를 못살게 괴롭혔던 악몽이 서준이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는 화가 치밀어 의도치 않게 큰 사고를 치고 만다.
나는 책꽂이에 꽂혀 있던 서준이의 그림책을 모조리 꺼냈다. 텅 빈 책꽂이를 샅샅이 뒤졌지만 파리는커녕 파리똥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실 바닥에 팽개쳐진 그림책을 돌아보는데 익숙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용감한 꼬마 돼지?”
책 표지에 그려진 분홍빛 아기 돼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책장을 넘겨보았다. 이럴 수가! 꼬마 돼지와 마을 동물들, 무시무시한 괴물까지……. 꿈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어?”
그런데 꼬마 돼지가 숲에서 괴물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부분에서 그림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누가 꼬마 돼지 그림만 오려 간 모양이었다. 꿈속에서 대왕 파리가 한 말이 번뜩 생각났다.
‘너 때문에 주인공이 사라져 버려서 어쩔 수가 없어. 이야기를 끝내려면 괴물을 물리칠 주인공이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사라진 주인공 대신에 내가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나 때문에 주인공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서준이 짓이 분명했다. 녀석이 가위로 종이를 오리면서 노는 걸 여러 번 보았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책을 오릴 사람은 서준이밖에 없었다.
나는 그림책을 들고 씩씩거리며 서준이에게 달려갔다.
“여기서 오린 거 어딨어?”
서준이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내 눈치만 보았다. 하나도 안 불쌍했다. 녀석 때문에 밤마다 무서운 꿈을 꿨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훅 치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