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눈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풀의 시간
014 유리병은 입술을 닫고
015 액자의 시속
016 웃으면 복이 온다기에
018 바람의 길
020 그리고 여섯 시
021 파리의 교훈
022 공동체의 향연
024 거울 속에서
025 바위눈
026 지지합니다
028 한낮의 꿈
030 전설을 패러디하다

____ 제2부

033 바람의자
034 일상으로의 초대
036 요요
038 돼지머리 앞에 두고
040 토마토 사랑
041 주인
042 가마우지의 발언
044 봄동
046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048 붓의 미각
050 세 잎 클로버
051 머니
052 송담

____ 제3부

055 걸음을 돌려요
056 에스프레소
058 한여름밤에
060 길치
062 전갈의 힘
064 이력서
065 슈퍼좀
066 야래향夜來香
067 운석
068 시인
069 포구섬
070 타향살이
072 무 장아찌

____ 제4부

075 에델바이스
076 지금은 여행중
078 환승이 가능한가요
080 연리지
081 나와 가까워지는 법
082 거품의 알
083 포기하지 마
084 약시
086 체인점
088 스따, 스타일
090 그날 우리
092 쓸개
094 깨, 튀어오르다
095 시인 여자

096 해설 | 두 겹의 시선과 긍정의 언어 | 화정산

그의 아침으로 향일암에 들었네 천팔 개의 계단을 밀고 갔네 바위의 두 눈은 바다를 향해 있었네 지켜보던 해가 바다로 뛰어들자 나뭇가지가 일제히 술렁이네 이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우루루 수루루 물결 지어 흐르네 사랑에 간을 치고 속세에 간을 빼려는 이들은 간절히 고개를 숙였네

오백 년 전 그대를 따라 꽃발로 걸었네 사뿐사뿐 공기가 앞장서네 숨을 들이마시자 내 안의 바다가 일어나네 바위가 바위를 낳던 이야기를 들려주네 그때도 내가 나였다는 사실을 건네주며 정상에 다다르네 흠뼉 젖은 산을 안고 질펀히 눈을 감네 가슴에 품은 저 먼 곳이 환해지네

향일암은 보글보글 들끓는 환희를 한 국자 한 국자 바다 밖으로 퍼 나르는 중이라네

신영연 시의 서정은 어떤 균열에도 얼룩으로 웃고 눈물로 뜨겁게 웃는 生의 약동으로 피어난다. 사물과 풍경 안에 깃든, 어떤 통증을 버티고 견디고 비워내는 시선에 엄살이 없다.“울음이 쉬어가는 공원”을 찾아 훌쩍훌쩍 붉어지더라도 추운 겨울“깃털 같은 갈비뼈를 꺼내들고 활 당기듯 지휘하듯 허공을 소곡”하는 소나무 한 그루 같은 맵찬 푸르름이 있다. 지금 여기에서 달아나지 않고“귀를 열고/눈을 뜨고”풀의 시간을 산다.“어머니의 기억 속에/피고 지는 유일한 꽃”은 봄동이자 시인이 아니었겠는가. 그 어머니를 배웅하고도 짐짓‘명랑’을 소환하는 이 순정한 정신줄을 보라. 세상을 긍정하고 어루만지는 시의 도정에 살아 숨 쉬는 시인이 있음이다. 맑고 고운 서정의 세계를 감각하는 존재의 미세한 파동이 이번 시집 속에 곡진하다.
-----표4 함순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