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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684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06-24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넝쿨손
014 분수
015 사과나무
016 석양
017 여우가 우리 집에서 잔다
019 새벽 비
021 우박
022 기다리다
024 호박꽃
026 경칩
028 커피 칸타타
030 유리 해변
032 만화경
034 가뭄 경보
035 일요일
____ 제2부
039 서향집의 저녁은 느리게 온다
040 별을 켜다
041 랜즈엔드
043 입학식
044 틈이 가렵다
045 열무국수
047 극낙조꽃
048 너나들이
049 노천 카페
051 새의 죽음
052 편한 사이
054 밥꽃
056 마지막 한 장
057 울고 있는 사람
059 초승달에 우편함 걸고
____ 제3부
063 목가풍의 날은 가고
064 성묘
066 서랍의 비망록
067 게발선인장
069 끙
071 꽃
072 사랑의 자물쇠
073 레몬나무
074 안경
075 아직도 연못이라 부른다
077 홍시
079 유월 초입에는
080 덕담
081 구름
082 이름표도 없이
____ 제4부
087 호미 놓고 기역
088 샌프란시스코
090 소금꽃
091 코코펠리
093 노포
095 세상의 단면들
097 칠면조의 반란
098 장미의 배후
100 꼬깃꼬깃 꼬장꼬장
102 아티초크
104 이사
105 지하철 안
106 상자
107 녹슨 문고리
108 돌국의 새로운 요리법
110 문명을 넘어 근원으로 향하는 서정 | 송기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향집의 저녁은 느리게 온다
낮 동안 활활 타다 식은 빛이
헐떡이던 나뭇잎 사이로 지나간다
저녁 빛이 머뭇거리는 사이
피신 갔던 바람은 밥상머리에 앉아
용돈이 필요한 아이처럼 자분자분 수다를 떨고
먼지 씻어 올린 낮은 웃음 소리
식구들의 입가에 환한 꽃잎이 피는 것을 바라본다
골목길 아이들의 젖은 슬리퍼 소리
뽀드득거리며 새소리에 얹혀 멀어지고
목이 탔던 풀잎은 풀잎끼리
작은 꽃은 큰 꽃에 허리를 뉘이고
서향 빛은 식은 땅 위로 몸을 뒤집는다
영원히 지나가 버릴 것 같은
이미 내 몸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하루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둠에 잠긴다
호미 놓고 기역
한국의 호미 아마존과 만났다
멋 부린 기역자
슴베*에서 휘어진 날의 선
불가마 오가며 담금질된 몸매가 수려하다
뭉텅한 날이 전부인 줄 알았더니
저 날렵한 몸
조그만 손에 착착 감겨
뭉친 땅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동백은 자갈 밀고 허리 펴고
옥잠화는 발 뻗고
죽은 듯 흙 속에 묻혀 있던 아보카도 씨앗
호미가 지나간 길 위로 새순이 꿈틀거린다
꽃밭 모퉁이에 세워 둔
휘어진 기역자
새 한 마리로 후두둑 날아오를 듯하다
* 자루와 날을 연결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