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화집
· ISBN : 979118968828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9-12-20
책 소개
목차
Works
광주 5월
산수
Text
역사의 리좀 : 하성흡의 수묵세계
그림 동시대의 증인
수묵으로 빚어낸 남도의 서정
작가 인터뷰
프로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광주에서 태어나 여태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고, ‘광주’라는 지명에 압착되어 있는 우리 현대사의 그 모든 것, 그 빛과 그림자를 화선지에 섬세한 필치로 눌러 놓았다. 그의 대표작이 된 “1980년 5월 21일”은 이제는 유명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지만, 그 역사가 미쳐 날뛸 때의 끔찍한 아수라장을 부감법으로 내려다보는 한국 현대 수묵화의 한 전형을 완성해 놓은 것이다. 집단발포가 일어나는 그 순간 하성흡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금남로 3가 가톨릭센터 앞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의, 알리바이가 아닌, 이러한 역사적 실존이 지금까지 그의 작품 전체에 ‘일이관지’하여 때로는 헐떡거리는 숨소리로 때로는 세상의 애잔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탄성의 한숨 같은 것으로 박동치고 있지 않나, 하고 느껴진다. 그의 ‘오월’ 그림들은 근자의 ‘촛불’ 그림들로 뻗어 나가며, 그의 ‘무등산’ 그림들은 ‘남도’ 그림들, ‘관동 8경’과 ‘금강산’ 그림들로 쭉쭉 줄기를 늘려나가며, 그의 ‘역사 인물’ 그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작업실 일대의 세탁소 아저씨, 곰탕집 아줌마 등을 그린 ‘장동 풍경’으로 호박 줄기처럼 연장되고 있다. 광주 오월에서 불끈 치솟은 그의 수묵 정신의 핏줄은 이렇듯 리좀(Rhisome: 가지가 흙에 닿아서 뿌리로 변하는 지피식물로 비유되는 사유의 번짐과 엉킴을 뜻하는 들뢰즈 용어)처럼 이 땅 곳곳에 뿌리를 내려 번지고 엉키고 있다. 그는 우리 역사에 불현듯 융기한 ‘천 개의 고원’들을 수묵 특유의 번짐과 엉킴을 통해 재역사화再歷史化시키고 있다고나 할까? 내가 평소에 부르는 식으로 말하자면, ‘이 자식’은 그러고 보니 겸재 정선의 진경眞景 미학을 오늘의 현실에서 오롯이 성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황지우 / 시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