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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화집
· ISBN : 9791189688417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0-10-20
책 소개
목차
Works
부유하는 실체,토르소와 비너스의 사이_ 이승미
박치호,상처입은 몸_서성록
삶의 무게를 짊어진 몸_이선영
Profile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수 바닷가에서 작업하는 박치호. 2019년 박치호의 작업실에서 만난 작품의 첫 느낌은 마치 거대한 신전의 열주와도 같았다. 나는 작가에게 작품의 내력을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10년이나 안주해 있었다는 바닷가 작업실 작품들 사이에서 작가의 안부를 물으면서 벽에 걸린 작품들 한 점 한 점을 읽었다. 천장이 높은 작업실에는 천장 가까이부터 벽의 중간 부분까지 작품이 걸려있었다. 그 아래 사각의 공간 구석부터 중심 쪽으로 캔버스들이 키를 맞추어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 외에도 어딘가에서 전시를 마치고 온 듯한 작품들은 벽에 혹은 바닥에 기대있거나 이젤 위에 놓여있었다. 그보다 더 많은 드로잉 작품들은 마치 메모처럼 여러 벽에 붙어있었다. 작업실 중앙쯤에 벽을 등지고 있는 가로로 긴 서랍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서랍마다 크기를 맞추어 차곡차곡 드로잉 작품들이 쌓여있었다. 30년을 작업해온 작가의 작업실은 그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들어설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 이승미 (행촌미술관장)
박치호 작가의 연작은 색감이 아름답고 회 화적 깊이가 있다. 검고 깊은 심연의 푸른색 혹은 더는 빛이 닿지 않는 회색일지라도 바닷물의 깊이만큼이나 깊은 공간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품의 이미지가 토르소인지 비너스인지는 중요 한 문제는 아닌듯하다. 인체를 닮은 형상은 구석기시대 여인을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닮았으나 고대 문명의 유적에서 드러난 신전의 조각들처럼 파괴로 인한 완결성을 지닌 토르소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점은 두렵고 위험한 바다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외피와도 같은, 또 하나의 신체 혹은 다른 우리들의 피부와도 같은 따스함으로 느끼고 싶다. 작가는 지난 10년간 지속해 온 작업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제 작업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교차로에서 익숙한 것들과 멀어지려 하고 있다. ● 이승미 (행촌미술관장)
박치호의 작품 속 대부분의 두상이나 몸통은 유기적 전체에서 잘려 나온 이미지임을 분명히 한다. 그는 두상을 화면 한가운데 붕 띄워 놓는다. 보다 묵직한 몸통은 신체 일부들이 절단된 상태로 서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머리와 팔이 없는 수동적 상황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눕거나 죽은 모습과 착각될 수 없는 옆모습이 담긴 몸이 그렇다. 두상의 경우 목 부분에서 흘러내리는 물감은 신체의 단면에서 흘러내리는 체액을 떠올리고, 배경이 없는 화면 한가운데 놓인 몸에 붙어있었을 얼굴과 팔은 화면의 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잘려 있다. 화면에 꽉 찬 몸의 경우 프레임은 자연스럽게 몸을 잘라낸다. 팔과 머리를 잃은 몸통, 눈 코 입이 생략된 얼굴은 망각에 대한 충격적 표현이다. 작가는 망각이라는 어스름한 주제에 가장 직접적인 신체 이미지를 겹쳐 놓은 것이다. 작가는 여러 몸 중 특정 몸, 즉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선택한다. 몸의 다양성을 생각할 때,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