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I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II
글라스 파파
어쩌면 이제
프렌치프레스

III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셰어하우스
고래를 찾아서

35살, 나는 경계에 서 있다. 이쪽과 저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를 선택하려다 아빠를 잃었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나를 온전히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며 긴장하고 살았던 타국 생활에서는 누구도 내 과거에 관심이 없었다. - 「글라스 파파」

저 멀리에서 황금빛으로 범벅된 첨성대의 형상이 보였다. 현란한 조명 빛에 에둘린 첨성대는 17년 전과는 꽤 낯설게 다가왔다. 첨성대에 올라가면 지나간 시간의 자취를 조금은 찾으리라는 기대가 무턱대고 올라가게 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늘 아래 조명에 가린 별들은 이제 아득한 별처럼 우리에게 먼 사연만큼 희미해져간다. - 「어쩌면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