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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944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22-10-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강둑이 있는 마을 / 10
수학여행 / 54
복수불반 / 88
밤꽃 피는 언덕 / 128
은행실습 / 188
가로수 길 / 235
개여울의 찔레꽃 / 277
모닥불 피워 놓고 / 311
철새는 날아가고 / 353
용담사 가는 길 / 369
저자소개
책속에서
참꽃이 피는가 싶더니 실록이 짙어져 온 산과 들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내일이 단오라 어머니가 당부하던 말이 떠올라서 강변으로 나갔다. 하숙집에서 강둑길에 올라서서 서쪽으로 2백 미터 정도 가면 강둑이 산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산기슭과 강 사이에 밭이 있는데 손수레가 다닐 수 있는 굽은 오솔길이 저 멀리 강 끝까지 이어져 있다. 강변을 따라 길을 가는 것은 언젠가 보았던 밤나무를 찾기 위함이다. 내 얼굴은 어릴 때부터 마른버짐이 피어 흰색 반점 같은 것이 여기저기 있다. 밥을 잘 먹지 않아 영양부족으로 생긴 버짐이다. 어릴 때는 그냥 두고 지냈는데 중학생이 되니 보기에 흉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형편도, 약을 살 돈도 없으니 어머니는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도영이가 나와서 기다리지나 않을까? 정말 나오기나 할 것인가? 조금 전에 해는 졌지만 강에 흘러가는 물, 강변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마을 우물가 여자들은 어제처럼 보였지만 오늘은 더 아름답게 보였다. 강둑을 걸으면서 누가 보지나 않을까? 진수라도 오면 어떻게 하지! 수문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수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문 밑에서 기다리나 하고 내려다보니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도영이가 언제 나타났는지 내 뒤에서 웃고 있었다. 도영이의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수문에서 시내 쪽으로 가고 있는 도영이를 따라갔다. 발을 맞추게 되자 도영이가 입을 열었다.
생각나는 대로 몇 번 수정하고 썼으나 다른 학생들이 고치고,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고쳐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특히 ‘다시 못 올 추억을 가슴에 잠재우면서’라는 구절을 넣었는데 도영이와 헤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빼고 싶었다.
졸업앨범의 도영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교복의 흰 칼라가 다른 여학생보다 크다. 갸름한 얼굴, 굵은 눈과 쌍꺼풀, 오똑한 코, 얇은 입술, 보조개가 들어가는 볼이 너무 귀여웠다.
중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이다. 종업식을 하자 싸놓은 가방을 들고 시골집으로 갔다. 부모님과 같은 방을 쓰려고 하니 공부가 되지 않아 불을 때지 않던 방에 불을 넣고 나니 형에게 미안했다. 아버지도 갈비와 장작을 하지만 형은 추운 날씨에 절골까지 소달구지를 몰고 가서 나무를 했다. 가까운 뫼골에 가서 깨두거리(그루터기)와 썩은 나뭇가지를 지게에 지고 왔다. 한 짐을 지고 왔지만 한 번 불을 지피면 없다. 낮에는 질녀 조카들과 놀고, 나무하고, 공부도 하지만 밤에는 마을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윷도 놀고 화투놀이도 했다. 마을에서 떨어진 새로 지은 집이 3년이 되었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