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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47587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5-12-10
책 소개
목차
모피를 입은 비너스
부록 자허마조흐의 두 개의 계약서
주
해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 세계로의 안내
판본 소개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연보
역자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사랑에 있어서 평등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투로 대답했다. “상대를 지배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에게 지배를 받을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 같은 경우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노예가 되는 편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사건건 바가지나 긁어 대며 괴롭히려 드는 여자가 아닌, 차분하고도 자의식에 찬 엄격함으로 상대를 다스릴 줄 아는 여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여자를 찾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닐 텐데요.”
“그렇다면 혹시……”
“이를테면 나 같은 여자는 어때요?” 그녀는 깔깔대고 웃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나는 폭군의 기질을 갖고 있어요. 또 필요한 모피도 갖고 있고요. 그런데 간밤에 보니 당신은 나를 정말 두려워하는 것 같더군요!”
“오! 제발 그렇게 해 줘요.” 나는 한편으로는 떨리고 또 한편으로는 황홀감을 느끼며 외쳤다. “결혼은 평등과 합의에 바탕을 두지만, 이와 달리 가장 강렬한 열정은 서로 상반된 것들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는 거의 서로 적대적으로 마주 서 있는 양극이지요. 내 사랑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미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지요. 그런 관계로 보면 한쪽 사람은 망치가 되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모루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모루가 되고 싶어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무시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어요. 나는 한 여자를 떠받들고 싶어요. 그 여자가 나를 잔인하게 대해 줄 때만 그렇게 할 겁니다.”
“그러나 제베린.” 반다가 거의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를 사랑하고 또 나 역시 사랑하는 당신과 같은 남자를 내가 함부로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녀의 작고 따스한 손의 어루만짐을 느끼고 또 반쯤 감은 눈동자로 사랑스레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길을 받으며 나는 달콤한 도취에 사로잡혔다.
“내가 사랑하고 숭배하는 여인의, 아름다운 여인의 노예가 되는 거죠.”
“그 대가로 당신을 학대할 수 있는 그런 여자를 말이죠.” 반다가 내 말을 가로막으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요, 내 몸을 묶은 다음 내게 채찍질을 하고 발길질까지 해 대는 그런 여자죠. 그러면서 정작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여자죠.”
“그리고 당신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당신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고 당신이 그 운 좋은 연적과 맞서게 한 다음, 당신을 연적의 야수 같은 손에 내맡겨 버리는 그런 간이 큰 여자겠죠. 안 그런가요? 마지막 장면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요?”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반다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내 상상을 초월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