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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77673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1-07-0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오직 내 선택과 의지로 굴러가는 인생을 위하여!
PART 01. 나 하나 키우기에도 충분한 삶
하지 않을 권리│버진로드│좋은 남자는 새치다│개체수 조절을 위한 제2세대 생산│나를 망치러 온 내 인생의 구원자, SNS│짝이 없어 슬픈 그대여 슬퍼 말게나, 원래 짚신은 제 짝이 없다네│DON’T BE SILLY, DARLING│ 많은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그런 오후
PART 02. 외로워도 슬퍼도 홀로 멋지게 사는 법
작가님, 혹시 요새 외로우세요?│비혼 1인 타운 하우스│역마살│문어가 문워크하는 법│실시간 현관 앞 영상 확인│혼자 사는 삶의 진정한 장점(반박 안 받음│우산은 없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감정의 자작농│나의 축제를 위하여
PART 03.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위하여
데이트 말고 네트워킹│당신만의 속도│언니! 나 먼저 가연│‘정상 가족’ 궤도를 이탈한 주거 난민들│법 밖의 새로운 가족, 생활동반자│다른 이들에게 들어갈 문│호시절好時節
에필로그 이렇게 이상하고 슬픈 나라에서 어쩌다 사랑에 빠졌다고 결혼하지 말자
부록 언어의 프레임이 곧 권력이 된다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실 이 책을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는 나, ‘엘리’를 위해서였다. 현재의 나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이유들로 인해 비혼을 굳게 다짐했지만,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마따나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다양한 변수(ex. 호르몬의 농간, 환경의 변화 등)에 이 다짐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외로워서’, ‘혼자 나이 드는 것이 두려워서’, ‘경제적인 문제로’, ‘주변 사람들이 다 결혼할 때 나만 안 하면 이상해 보이니까’ 등의 이유로만 덜컥 기혼을 선망하게 되는 회피형 기혼 선망자가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두려움이 특정 행위(결혼)의 동기로 작용한다니, 이건 정말 포식자가 쫓아오는 것이 두렵다고 사막 모래에 고개를 처박는 타조와 별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제정신 멀쩡(?)할 때의 내가 최대한 이성적인 사고로 적어내려간 문장, 이른바 비상 작동 중지(Emergency Stop) 버튼이 필요했고, 이 책을 쓰게 됐다.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된 글쓰기였으나,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또는 놓일지도 모르는 동지들을 위해 그들의 멘탈에도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버튼을 공유한다.
― 「프롤로그」
주변에 좋은 남편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형평성을 이루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잘살고 있는 사례도 충분히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끊임없는 설득과 토론을 통해 쟁취한 결과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운이 좋아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것이 곧 모든 여성이 ‘하지 않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사안이 ‘전부 그러한가’, ‘전부 그렇지 않은가’로 귀결되는 흑백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한쪽에서 특정 권리를 포기한 만큼 다른 쪽에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ex. 안정감이나 소속감 같은 것들)를 줄 수도 있는 데다가, 때에 따라서는 아주 긴밀한 상호 호혜적 관계를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내가 바깥일을 하며 돈을 벌어오니 네가 집안일은 전담하라는 식으로 나눌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저 투쟁과 반항, 그리고 협상을 통해서만 특정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비뚜름한 형평성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 긴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과연 내 남은 인생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를 따져봤을 때 나오는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은 탓도 있다. 차라리 그 시간과 열정으로 주식 공부를 더 해서 시드나 불려놓는 게 더 이로울지도.
― 「PART 1_나 하나 키우기에도 충분한 삶」 중에서
만약 내가 5살 때 이와 같은 서사의 동화나 만화를 접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대만 총통과 엘사를 알았다면 내 꿈은 ‘좋은 엄마’가 아니라 한 나라의 총통이거나, 자유로운 탐험가이거나, 고고학자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한층 더 다양해진 스토리텔링 채널과 콘텐츠들 덕분에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그 혜택을 담뿍 누리고 있다. 어떻게 누리고 있냐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지들을 쉽고 빠르게 알아보고, 또 그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이 험난한 세상길, 혼자 걷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고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더욱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누구를? 야망 넘치는 비혼 원정대들을!
― 「PART 1_나 하나 키우기에도 충분한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