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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6603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12-27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1장 틈새를 슬퍼하고 미워할 이유
새, 날개 그리고 꿈
기젓
틈새
나리의 향수
그루터기
전후생 여인
어머니의 등
여름비
섬에 살리라
비가 새는 지붕
용마람
길과 집 그리고 문
2장 눈을 잃어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어중금침
피의 울음
별들의 고향
소록도 탐방
두 마리 토끼
눈을 잃은 외과의사
무덤터 진찰실
몽유
존재와 질병
3장 사그라들지 않는 유월의 총성
아버지 초상화
3대 비가조와 나
석장 길
별이 빛나는 밤
분노의 세월
탄피껍질 유월
보배섬 동백꽃 침묵
영원한 아프리카 강물
4장 천년 같은 하룻밤
가시풀꽃 여인
열무김치
설녀와 설하
꽃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준다면
첫사랑, 끝사랑
개여울 갈대밭
데카르트에게
가장 큰 인생 기적
5장 바다비원을 떠도는 유랑자
밤바람 파도소리
자연의 마법
난심
떠나는 마음
하찮은 행복
물리지 않는 것들
매듭 고예술
시골 장터 굿판 광대
너무 행복해서 시(詩)가?
나는 한 마리 섬나비
삶과 꿈의 끝자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난 일요일, 비디오를 메고 성죽굴에 들어섰던 이 가을은 내게 유별난 가을이다. 어떤 그리움으로 성죽굴에 뛰어들었을까. 그곳에 다사로운 햇살은 내리고, 구기자밭 아낙네들의 일손이 분주하다. 그 밭골에, 시름 속에서도 부르던 옛 농부가는 왜 뜨지 않았을까. 바구니 가득, 건드리기조차 아까운 구기자 고운 알맹이들이 왜 그리도 붉었을까. 뻐꾸기 울던 산발치 밭이 잡혀온다. 목화씨 뿌리던 어머니의 삼베적삼이 보인다. 듬성듬성 허전한 배추밭골과 그 모퉁이 허술한 리어카조차 쓸쓸하고……. 추곡수매가 주름살에도 일손만은 왜 그리도 바쁜지.
유년을 마치려던 여섯 살 6·25라는 폭풍 해일이 왕국을 덮쳤다. 더욱 신바람이 났다. 그 병정놀이에 끼어 외가 등지로 수없이 밤길을 달렸다. 어느 밤중 외가에 죽창 몽둥이패들이 들이닥쳤다. 반사적으로 뒷봉창을 발로 걷어차고 생쥐새끼처럼 잽싸게 그들을 따돌리고 맨발로 줄행랑칠 때 그보다 통쾌한 순간은 없었다.
그동안 지나온 한생 67년을 돌아보면 나는 줄곧 그래 왔고, 그 자리가 곧 꿈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박살나고 다 무너진 죽음의 빈터가 되고 말지라도 바로 그 “꿈”이라고 하는 것이 없으면 결단코 무덤에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그날이 내게 동화전설로 넘치던 유년의 바닷가왕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결단코 그렇게 태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죽음의 빈터에서 더 큰 꿈의 날개로 일어서지 못하고 말았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