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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1211382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1-07-29
목차
1. 기회니까 잡아
2. 당첨
3. 퍼센트 떡밥
4. 유료
5. 척살
6. 스캔들
7. 손절
8. 단절
9. 다큐
10. 퍽
11. 악취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염없이 무너졌다. 그 어떤 사건이나 범죄든 나와 무관하다는 기사가 나가도 빠르게 묻힐 뿐이었다.
「‘강주혁’ 모든 사건에 무혐의, 루머일 뿐」
「‘신의 탁자’ 박용수 감독 “강주혁 교체, 불필요한 오해 막는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잘못 없다. 내가 한 게 아니다. 믿어달라’ 같은 말들은 의미가 없었다. 어느새 나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범죄자를 보는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짜 다들 왜 그러냐? 미치도록 억울하네.
아, 내가 싫어? 나도 니들 싫다.
톱스타로서의 이미지? 인기? 필요 없다. 그냥 모든 게 귀찮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엿 같은 정글, 연예계. 죽어도 안 돌아간다. 절대로.
강주혁은 그렇게 망했다. 그리고 정글을 떠났다. 방에 틀어박혔다.
강주혁의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솟는다. 마치 뭐에 홀린 듯한 느낌으로 강주혁은 천천히 1번을 눌렀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1번 ‘아침 8시 20분’, 2번 ‘아침 11시’, 3번 ‘점심 12시 4분’, 4번……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어제와 똑같은 패턴. 강주혁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똑같이 1번을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아침 8시 20분’입니다!”
짧은 정적 후 여자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살한 신인배우의 말로를 잘 보셨나요? 어떠셨나요? 처참했나요? 그건 약과입니다! 강주혁 님의 자살현장이 더욱 처참할 테니까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희와 함께라면 곧 자살할 예정이신 강주혁 님의 미래를 바꿔드리겠습니다!”
뭐라고? 강주혁의 눈이 커졌다. 보이스피싱이 강주혁의 처참한 미래를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씨불였으니까. 그러나 보이스피싱 멘트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침 8시 20분’! 강주혁 님은 인생역전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전화가 끊겼다. 8시 20분? 강주혁은 핸드폰을 귀에 붙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8시 20분이었다.
지금 출발해야 할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주혁은 빠르게 씻은 뒤, 패딩을 챙겨 입었다. 그렇게 현관 쪽으로 이동하다 별안간 우뚝 멈춘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손에 들린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주혁이 읊조렸다. 이 보이스피싱을 이용해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새삼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주혁이 보이스피싱을 써먹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정상보다 훨씬 더 높은 곳.”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톱에 올랐던 강주혁은 도착한 그곳이 정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더 높은 곳이 존재했다. 그 높은 곳에서 누군가가 주혁을 처참히 무너뜨렸다.
복수? 응징? 주혁에게 그런 것들은 가치가 없었다. 시간 낭비일 뿐. 다만.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어중간하게는 안 한다.”
이왕 다시 시작하게 된 거, 이제 주혁은 남들이 자신을 깎아내릴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척살》시작한다.”
확고한 결심을 내뱉은 주혁이 현관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