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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858075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3-01-10
책 소개
목차
제1부. 검은 머리 아이들이 왔다.
제2부. 살아 남은 자를 위한 촛불
제3부. 우정에는 국경선이 없다
제4부. 비밀 연애
제5부. 기숙사 탈출 사건
제6부. 오벨리스크 친선의 탑
제7부. 레나의 평양 생활
제8부. 찢겨진 가족 사진
제9부. 돌 위에 새겨진 이름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은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고 갔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시기,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는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편지 안에는 절반이 찢겨진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그 반쪽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951년 그해 겨울부터 운행을 시작한 전쟁고아 특별 열차는 1953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시점까지 계속해서 운행되었다. 루마니아에 도착한 3천 명을 비롯해서 폴란드에는 1,200명의 전쟁고아들이 입국했다.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에는 700명에서 500명 정도의 아이들이 배정되었다. 소비에트와 동유럽 공산당 정부 사이에서 북한 아이들의 존재는 비밀로 부쳐졌다. 동유럽 각국에서 전후 복구 사업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숙사와 학교를 마련한다는 것이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모든 게 비밀이었다. 한국전쟁으로 북한에서는 5만 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했다. 그중에서 20퍼센트를 이주시키는 것이 소비에트의 목표였다. 줄잡아 1만 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이동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인원이 동아시아 끝에서 유럽까지 이동했다. 이것은 냉전 시기 최대의 정치 프로젝트였다.
명준은 레나의 손목을 잡고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큰 지도 앞으로 데리고 갔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표시된 지도였다.
“레나 씨, 이 지도 위에 많은 국경선들이 보이시죠?”
“네.”
“서로 다른 국가들의 경계를 표시한 국경선입니다. 곳곳이 국경선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참 많지 않나요?”
“많긴 하네요.”
“이 국경선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서로 국경을 빼앗고, 또 국경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기도 했죠. 모든 전쟁은 결국 국경선을 차지하고 더 넓히기 위한 목적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한반도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레나는 명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렇게 지적인 모습의 남자는 처음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저희 공화국도 지금 북조선과 남조선 사이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이 지도 위에 국경선들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 확신합니다. 진실한 사람들 사이에 국경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저랑 같이 한 번 일해보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