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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야기/디자이너/디자인 실기
· ISBN : 9791191981025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2-05-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손으로) 쓴다, 고로 (존재)한다
2 필적은 얼굴
3 종이, 펜, 생각을 고르는 일
4 쓰는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
5 어릴 적부터 쓸 것
6 두 개의 손과 열 개의 손가락
7 기록한다,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8 벽에 쓰기
9 손글씨에 둘러싸여서
10 그림이 글씨가 되다
11 필기도구
12 항해 시 주의 사항
나가며
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
책속에서
명사형 cartaceo(종이)는 쥐라기나 백악기 같은 지질시대까지는 아니지만,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처럼 인류 역사의 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 그렇게 되는 사이, 나 같은 사람은 (…) ‘종이 시대를 산 사람’이라 불릴 텐데, 종이 시대란 적어도 몇 가지 점에서는 행복한 시대였다고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신학기가 되면 새로운 공책과 교과서에 자기 이름을 썼고, 그 종이의 향기를 맡았다. 어른들은 매일 아침 의식처럼 커피를 마시며 종이 신문을 읽었다. 이건 하나의 생활양식이었다’라고 말이다. 내 마음은 종이에 묻어도 좋다. _「들어가며」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는 어른이든 아이든 뇌가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주의력이 떨어져서 집중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한다. 반면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져서 온전히 내 것이 되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멀어져 자기 자신인 채로 있을 수 있다. 글씨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 손으로 글씨를 써보면, 이 일이 삶에 구체성과 질서를 부여하는 사소한 행위라는 걸 알 수 있다. _「2 필적은 얼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글씨 쓰기를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펜 쥐는 법과 바른 획순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고안한 방식으로) 글씨를 쓰게 된다. 쓰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글을 빨리 쓰려고 하면 펜을 부드럽게 놀리지 못해 글자와 글자를 억지로 잇기 때문에 맵시 있는 글씨를 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글씨 쓰는 게 싫어지고, 귀찮아지고, 나서서 글씨를 쓰지 않게 된다. 간혹 내가 캘리그래퍼라는 걸 알면 “그러시군요! 우리 애가 글씨를 너무 못 써서!”라고 말하는 부모와 마주칠 때가 있다. 이런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서 글씨를 써보라고 하면, 펜 쥐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_「5 어릴 적부터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