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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일본문화
· ISBN : K542033396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12-18
책 소개
목차
1.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미리 절망해 버린 낭만주의자 ― 아오키 시게루, 〈바다의 선물〉
조증적 일본 근대를 살아가다 ― 기시다 류세이, 〈도로와 둑과 담(기리도오시 사생)〉
피해자의 시점에서 가해자의 시점으로 ― 마루키 이리 · 마루키 도시, 〈원폭도 - 유령〉
국가로부터의 독립투쟁 ― 마루키 이리 · 마루키 도시, 〈오키나와전투도〉
2. 부서진 말 ― 하라 다미키의 「알프스의 한낮」에 부쳐
3. 이 한 장의 그림엽서
아르놀트 뵈클린, 〈페스트〉
루이 장모, 〈악몽〉
헨드리크 테르브뤼헨, 〈원숭이와 바칸테〉
로비스 코린트, 〈살로메〉
에곤 실레, 〈나무 네 그루〉
요하네스 그뤼츠케, 〈야외의 축하 행사〉
장 푸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에밀 놀데, 〈바다와 붉은 구름〉
오토 딕스, 〈전쟁(전쟁 제단화)〉
히에로니무스 보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마리노 마리니, 〈어린 기수〉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 〈달을 바라보는 남녀〉
알프레드 허들리카, 〈플뢰첸체의 대규모 처형〉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토마스의 불신〉
지크프리트 노이엔하우젠, 〈주앙 보르헤스 데 소우자 기념비〉
펠릭스 누스바움, 〈유대인 신분증명서를 쥔 자화상〉
조지 벨로스, 〈이 클럽의 두 회원〉
알베르 마르케, 〈퐁네프 다리와 사마리텐 백화점〉
케테 콜비츠, 〈독일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 〈이젠하임 제단화〉
벤 샨, 〈사랑으로 가득 찼던 수많은 밤의 회상〉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900년대 일러스트레이션〉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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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바다의 선물〉은 동경과 절망, 야심과 실의가 격렬하게 교차했던 내 젊은 날의 심경과 공명했을 것이다. 아오키 시게루라는 젊은 화가의 ‘자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청춘의 차질(蹉跌)’에 내 마음이 뒤흔들렸던 게다. 낭만주의라는 용어가 지닌 정확한 정의는 미뤄 두고, 좁은 사적(私的) 세계를 초월한 ‘거대한 이야기’에 몸을 던져 그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고자 하는 심정을 우선 낭만주의‘적’이라고 불러 두자. 이러한 심정이 ‘국가’의 이야기에 스스로를 동일시하고 공감하면서 전쟁을 긍정하는 태도로 연결되었던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한편으로 그런 심정이 ‘사회 변혁’의 열망과 맺어지면 이른바 ‘혁명적 낭만주의’로 이어진다. 그 어느 쪽이건 명확히 분류할 수 없이 불분명함으로 존재하는 정열적인 마음의 형태가 내가 생각하는 ‘낭만주의’다. 당시의 나 자신을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다면, 나는 ‘미리 절망해 버린’ 낭만주의자였다.
아내 F는 이 그림에서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아서 꽤 예전에 함께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 갔을 때,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학생 시절에 책에 실린 삽화로 몇 번씩 거듭해서보았던 그림을 실물로 대면했을 때의 감격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감상만이 아니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 끝에서 뚝 끊겨 버린 길 저쪽 편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흥미가 동하면서 어쩐지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서우면서도 끌려 들어갔던 셈이다. 그 후로도 아내는 별생각 없이 산길이나 도로공사 현장 옆을 지나갈 때마다 문득문득 이 그림을 떠올렸다. 과연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끝내 버릴 수 없는, 굳이 다른 말로 하자면 이상하고 야릇한 무엇인가가 이 그림에 깃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