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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653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3-06-22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어떤 인사
삼성역
교신
적멸보궁
그냥
노래를 듣다가
그대
소식
첫눈
빈 봄
반야봉
배롱나무
10월
늦가을 기도
십이선녀탕 계곡
2부
밥
몸살
여의도
일상
나머지
늦게 가는 시계
술과 시제
템플스테이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풍경
구절초가 구절초에게
퇴사
그믐날 사건
숙취
어떤 변명
소낙비
3부
경계에서
꽃소식
5월의 안부
연
그리운 일순 씨
짐
새해 인사
벚꽃이 피고 지는 사연
흐름
낚시의 기억
한파
기일
흔적
시인是認
관촌수필을 읽고
4부
내게 물었다
바람을 만나고 싶다
이른 가을
절주
짐승
소풍
문득
그랬으면
신대리
딱딱한 봄
큰물 간 자리
간을 하다
봄밤
아무도 없는 곳
빈 그네처럼 살고 있었다
해설
따뜻한 고향 보령과 추운 서울의 경계에 서서 | 이승하(시인 · 중앙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 평론
『늦게 가는 시계』는 이국형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러나 “경계에는 소멸과 생성이 공존한다”라는 시인의 말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삶을 반추하며 얻어낸 깨달음의 토로여서 그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구절초가 구절초에게」 「퇴사」 등에서 ‘퇴직’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차가움을 ‘단춧구멍’이나 ‘구절초’ ‘새’ 등에 감정이입 시켜 그 아픔을 담담하게 잘 구현해 내고 있다.
반면 「그믐날 사건」 「벚꽃이 피고 지는 사연」 「기일」 등은 첫 시집이라 믿기지 않는 서정성 높은 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게 물었다」에서 “가을 타느냐고/ 내게 물었다// 대답을 못하고/ 그저 서툴게 웃고 말았다// 순간 눈가에/ 눈물이 잡혔다”로 「시인是認」하지 않고 시 바깥, 그 경계에 서 있었으나 이미 천상 시인詩人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스스로 세운 담을, 경계를 허물고 시인세계로 성큼 들어서기를 바란다.
─ 김금용(시인 · 현대시학 주간)
어떤 인사
새로 지은 집에
성글게 울타리를 치고
울안으로
작은 밭을 꾸몄다
채송화, 봉숭아를 얻어다
몇 송이 심어 볼 요량인데
밭을 꾸몄다고
기별도 하기 전에
풀씨가 먼저
작은 몸을 풀었다
마른 흙에 물을 뿌리며
새싹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자
서로 짐스럽게 여기지는 말자
낚시의 기억
아버지는 늘그막에 농사일을 배웠다
아픈 어깨를 두고 농사 탓을 했지만 농사를 모르는 내 어깨가 아픈 것을 보면 아버지의 진단은 틀렸었다
석양의 목덜미가 물속으로 빠질 무렵이면 나는 낚시를 던졌다
반원을 그리던 별이 찌를 건드리면 잔물결이 일었다
먼 조상이 물고기 모양이었다고 했다
내 몸에는 비늘에서 미늘로 생존방식을 바꾼 이유가 남았을 것이다
다음 조상은 물고기 낚는 기술을 전했을 것이다
밤새 낚시를 들어올렸다
미끼를 따먹고 달아나는 붕어가 쓰다가 밀쳐 둔 글줄을 닮았다
물에 뜬 별이 지워질 때까지 나는 낚시의 기억을 살려내지 못했다
내일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다
어깨 통증을 느끼며 낚싯대를 접고 물비린내 나는 손을 씻었다
풀죽은 낮과 밤을 문대던 저수지에는 일상처럼 물안개 피어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