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역

머리시

1부
모과
철새
자벌레 마음
그대역
파도의 눈
잠시
파종
우는 거울
산벚꽃 필 때
진흙발
그림자 DNA
고마리꽃
활짝, 동백꽃
자작나무경
새장 속의 새

2부
주인
순리
저녁 무렵
설악의 가을
알곡이나 쭉정이나
나비도
도둑놈가시
선들댁
외할머니
산골에 들어
비와 수양버들
홍련紅蓮
이별
거미의 해
설익은 해
처마 끝 물고기

3부
봄밤
출가
초여름
철새와 강
상사화
거울섬
능소화
계수나무
노루와 여배우
부운사浮雲寺
화장지
눈 감은 지팡이
집오리 날다
매화밭
벚꽃잔치
고목

4부
산벚꽃
약속도 흘러
사랑
초록 낙엽
하얀 치마
창포꽃 입술
백련
구름발
날아간 새
백발, 눈발
해바라기 군단
라라라
교만
돌탑
새해

■ 해설
만상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대’ |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시, 그와 함께
그를 머리 위에 모시고 산 적 있다

그러다가 등에 지고 다녔다
무거웠다

이러려고 그를 만난 게 아닌데
아닌데 싶어,

평생 손잡고 같이 가자고 했다

헌데 오늘은 약속도 흘러
그냥 손 놓고 같이 가자고 했다

자벌레 마음
어제는 꽃잎을 재고
오늘은 풀잎을 재고

내일은 자귀나무에 올라
강 건너 들도 재고
어림잡아 산도 재보겠지만

도무지 잴 수 없는 것은
흔들리는 이 마음
파도치는 그 마음

그대역
후드득, 꽃 지나가고
손 흔들며 단풍 지나가듯

소문처럼 그대 떠난 그날 이후로

가로수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그대 환한 미소 같아서

계곡물 녹아 흐르는 소리
그대 목소리 같아서

양지꽃에 내려앉은 봄 햇살이
그대 온기 같아서

그대역 지나는 차창에
가만히 손 가져 댄다오

어디에도 없으나
어디에나 있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