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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412190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3-12-15
책 소개
목차
1부 두고 온 사람
귤이 웃는다
특급열차
우아한 오후
아이스크림 탑
전염병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멕시코시티에서 죽었다
빨간 일요일
일본 매미
봄날의 공원
아침에는 고양이 세수를 해요
고양이 선생님
지붕에 오르기
종소리
링링
밤과 아침
2부 겨울나무 읽기
겨울나무
렌트 하우스
이렇게 멋진 셔츠는 처음이야
유령의 결혼 생활
구름을 공부하면
스노볼
조각 그림 맞추기
하염없이 하루하루
한밤의 초코케이크
사라지는 것
좋은 곳
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
망각의 의도
투명한 날
먼 곳
3부 날아가는 돌멩이
구불구불한 밤
숲의 얼굴
명동슈퍼 옥수수
안녕, 티라미수
마태수난곡
마루광
태풍이 지나가고
약속
돌멩이의 노래
손톱 깎는 밤
꽃을 찍는 사람
비자림
밤 기차
겨울의 기쁨
검은 개
4부 불씨를 품은 눈사람
눈사람 나라
아키 카우리스마키
커밍 쑨
꽃과 꿈
우울이 길다
네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사원 밖의 노인
바람개비
숨은 꽃
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
부서진 발자국들은 어디로 갔니?
수목원
새로운 생활
오션시티호텔
사라진 열쇠
해설
비로소 보이는 겨울
—성현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봉지에서 떨어진 사과가 굴러간다
창가에서 멈춘다
사과는 창문을 뛰어넘고 싶었을까?
사과의 그림자를 본다
사과를 먹으면
그림자도 함께 먹는 것
(중략)
구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구름을 공부하면 더 좋은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아서
구름이 모양을 바꾸며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본다
구름의 마음이 될 때까지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하늘을 보지 않는다
―「구름을 공부하면」 부분
이리 와, 어서 와
첫 향기를 네게 줄게
나를 부르는 앞산 아카시아 숲에 들어선다
수풀에 감기는 내 발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넣는 나뭇가지들
뻐꾸기는 멀어진다
신발이 젖는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바위틈, 나무옹이, 나뭇잎 뒷면에 누군가 수없이 지어 놓은 작고 작은 방들
돋아난다
위험한 것들이
내일은 자라날까 사라질까
―「숲의 얼굴」 부분
겨울을 기다리는 족속이 있다
눈과 얼음을 숭배하는 족속이 있다
세상의 지붕이 온통 하얗게 될 때
강이 투명하게 얼어붙을 때
극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 족속은
차가운 공기를 통해 겨울의 피가 수혈된다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생기가 돈다
고드름을 먹고
눈꽃 빙수를 먹고
얼음 위를 달리고
눈사람이 되어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져도
슬프지 않아
눈사람은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조용히 눈사람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눈사람처럼 사라진 날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눈사람처럼 사라질 나를 꿈꿀 수 있다
다른 계절에
나는 가끔 실종된다
겨울마다 다시 태어나
신기루처럼
하얗게 휘날린다
―「겨울의 기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