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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91194232384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6-06-23
책 소개
갈수록 주목받는 AI 생성 이미지는 광범위한 다중 위기의 시대와 맞물려 등장했다. 상시적인 금융 붕괴 위험, 극단적인 기상 이변, 점점 확산되는 우파와 신파시스트 운동,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낳는 세계 각지의 군사 분쟁…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만큼이나 이미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다만,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 지표적 재현으로서 이미지가 광학에 근거했다면, 통계적 절차에 기반하는 확률적 이미지는 현실 그 자체와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이전의 이미지가 작동 이미지(operational image)로서 전쟁, 감시, 생산 등 온갖 행위에 적극 개입했다면, 오늘날에는 AI 이미지에 필요한 데이터 생성 자체를 위해 전쟁이 동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쟁은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데이터 기업은 물론 AI 활용을 원하는 방산 업체에 최적화된 연구 개발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착취 가능한 AI 노동력을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는 노동, 데이터, 자원을 추출해 주변을 파괴시키는 데/미지(da/mages, 데이터/이미지)가 되고,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손상을 입힌다. 현재까지 AI 이미지 기술의 가장 큰 업적은 예술의 민주화가 아닌, 무고한 이들을 빛과 빈곤으로 내몰고 수많은 시위를 촉발한 데 있다. 근래의 그 어떤 기술도 생성형 AI 도구만큼 많은 파업, 소송, 온라인 캠페인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이 산업이 초래하는 막대한 환경 오염은 갈수록 명백해지는 추세다.
약 15년 전, 히토 슈타이얼은 「빈곤한 이미지를 옹호하며」라는 글을 통해 특정 자본주의 조건 아래 일어나는 온라인 이미지의 해상도와 순환 문제라는 양가적 현상을 다룬 바 있다. 저자는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 “빈곤하든 말든,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빨려 나와 벡터 공간에 맞게 갈아 으깨진 다음, 대중 영합적이고 무난하며 무미건조하게 최적화되는 방식으로 재조합된다.” 디지털 이미지 생산이 초래하는 디지털 신진대사의 균열 속에서 빈곤한 이미지는 파워 이미지(power images)로 변모한다. 2022년 무렵부터 기계학습과 관련된 연산 작업은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기 시작했으며, 그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구글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50퍼센트나 초과하자 탄소 중립 간판을 슬그머니 내렸다. ‘전력’과 ‘권력’을 아우르는 뜻이 담긴 파워 이미지는 정체된 데이터 기반 문화를 표상하는 동시에 대기를 달구고, 사람들을 이주시키며, 자원을 태워 없앤다. 다른 장에서 말하는 ‘평균적 이미지’(mean images) 역시 골상학과 통계학 같은 과거의 추출적이고 감시적인 관행들과 생성형 AI 간의 연속성을 추궁하며 거대한 시스템 아래 은닉된 현실의 층위를 탐색한다. 사회적 약자, 이른바 미세노동자 또는 유령노동자의 노동으로 굴러가는 디지털 과두제에서 우리 역시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준독점하는 디지털 생산 파이프라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서문에서 밝히듯 이 모든 “일이 이제 막 본격화된 만큼, 대부분의 핵심 질문들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아직은 형언하기 어려운 질문도 적잖다. 상황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오늘의 개념이 내일이면 구식이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강력하다. “확률적 시스템과 포퓰리즘 정치에 포획될 때, 이른바 상식의 미학적, 사회적 함의는 어떻게 변하며, 이는 미학이라는 개념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불투명하고 독점적인 시스템에 넘겨질 때, ‘의미’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이미지 제작이라는 열역학적 시스템이 낳는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어떻게 막을까? 이미 현실화된 AI 기반 무기의 개발과 실전 배치, 그리고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어떻게 교란할까? 기계 시스템의 자율성이 높아져 인간의 사고와 감성이 소모품으로 전락할 때, 인간 시스템과 인간 자신은 어떻게 될까?”
목차
서론
‘가장 힘든 것’: 통계적 이미지 생산과 전쟁 경제
번아웃 이미지: 열역학적 전환
미디엄 핫: 엔트로피의 정치 경제학
관절포르노 또는 해표지증: 생성형 AI의 계몽의 변증법
평균적 이미지
디지털 균열: 빈곤한 이미지에서 파워 이미지로
우리가 불을 지른 게 아니다: 물리적, 디지털 파이프라인
세상은 누구의 것인가? AI, 예술 그리고 상식
말이 아닌 행동: 블록체인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로코의 바실리스크: 인공적 아둔함과 실존적 위험
21개의 미술계: 게임 맵
감사의 말
주
책속에서
어쩌면 이 글들은 훗날의 역사가들을 위한 타임캡슐이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들은 이렇게 자문할 테다-이 모든 것이 막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좀비화의 위협에 맞서, 즉 통계적 순응주의의 도구들에 의해 쓸모없어지거나 산송장이 될 위협에 맞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람들은 언제부터 노이즈로, 그러니까 불규칙한 브라운 운동의 지배 아래 놓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회적 입자로 모델링되기 시작했을까? 그 당시 논쟁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기계학습 기술은 자원 배분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고,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며, 극심한 불평등을 줄이고, 보건 및 사회 제도를 개선하며, 낭비적인 잘못된 배분을 막는 데도 쓰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아마 AI가 아니라 공산주의로 분류돼야 할 테다. 막대한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들의 출력물을 활용할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방법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회의 일정과 아이의 생일 파티가 겹치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애플의 발상이다.
매클루언의 혼란스럽고 (꽤나 임의적인) 분류 이후 '핫' 미디어뿐만 아니라 '쿨' 미디어도 변화했다. 게다가 통계적 이미지 생성기의 등장으로 엔트로피는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미지 생산에 개입하게 됐다. 오늘날 우리는 뜨겁고 차가움의 문제를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다-생성된 시위 이미지를 렌더링할 때의 온도는 몇 도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