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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95256693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4-06-19
책 소개
목차
001 007
002 027
003 051
004 069
005 097
006 119
007 143
008 169
009 195
010 207
011 225
012 255
013 277
014 305
015 351
에필로그 385
또 다른 에피소드 393
후기 398
저자소개
책속에서
번쩍!
번개가 번쩍이면서 자신의 앞에 선 존재의 완벽한 모습이 보였다.
길고 긴 하얀 머리카락, 빛을 내는 녹광의 눈. 하얀 소복을 입은 채 서 있는 여자의 뒤로 영락없이 드러난 아홉 개의 꼬리!
“뭐야? 이건.”
구미호다.
부러진 복숭아나무 가지를 쓱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휙 잡아서 던져버리는 저것은 틀림없는 구미호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영락없는 구미호였다.
“인간, 술 마시려고 그랬지?”
미친.
제발, 이 모든 게 꿈이라고 말해줘.
옥은 자신을 보자마자 뒤로 넘어가는 수호를 보며 아차 싶어 손뼉을 쳤다.
“에구머니나, 인간 모습으로 둔갑하는 걸 까먹었네.”
기절해 쓰러진 수호를 미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옥이 머리를 긁적였다. 술 냄새에 홀려 그만 저도 모르게 쫓아온 게 화근이었다.
“미안,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헤헤헤.”
그러나 수호는 그녀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
킁킁.
옥은 수호를 지나쳐 술 냄새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아, 얼마 만에 마셔보는 술인가. 왕모의 금주령 때문에 술을 술이라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고,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한 세월이 까마득했다.
“흥! 이제 왕모도 없고 그놈의 잘난 척 쟁이 파랑새도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수호가 먹다 남긴 맥주를 들어 그것을 마셨다. 그녀의 오른손 약지에 끼어있는 은반지가 붉게 빛을 내었지만 옥은 그것을 일절 무시하며 목을 축였다.
홀짝 마시던 옥이 톡 쏘는 탄산의 느낌에 신기해하며 또 홀짝였다.
“별 맛이 없구나.”
그래도 술 같지 않은 싱거움이 옥의 취향은 아니었다. 옥은 아쉬움을 달래려 인간이 열어두었던 냉장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별거 없는 냉장고를 한참을 바라보며 옥은 용케 구석에 있는 소주병을 찾았다. 소주병 뚜껑을 단 번에 돌려 따 냄새를 맡았다.
“술이다.”
그녀의 얼굴에서 희미하게 미소가 걸렸다.
벌컥벌컥 그것을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뜨거운 기운이 옥을 흥분시켰다. 기분이 단숨에 좋아진 그녀가 술을 다시 들이켰다.
“크아! 이 맛이야!”
곤륜산에서 가출을 감행한 서왕모의 구미호 옥.
인간계로 내려와 가장 먼저 찾은 것이 바로 술, 술, 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