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하늘로

서시
해변의 의자 13

ㅇ

나팔꽃 15
가을 16
참억새 17
벚꽃의 18
벼 19
지금은 청소 중 20
인어가 된 천사 21
으르릉 까꿍 22
또 전봇대 23
목에 걸린 배내기 소 25
땅에서 하늘로 27
보리 28
문경새재 30
동부민요 소리꾼 박수관 명창 31
김영리 명창의 아버지 33
여행 35
대교약졸大巧若拙 36
생울타리 37
과테말라 케찰 38
종지꽃 39
고래 힘줄 41
처용과 도깨비 42

ㅎ

황금찬 시인의 별과 고기 45
칠선지 악보 46
저녁 47
반달 48
해바라기 송신탑 49
무지개 50
강아지풀 51
달빛 52
아카시아꽃 내 마음 알까 53
봄나들이 54
벚꽃 55
은하의 강 56
고향 집 감나무 57
전설의 셋 자부럼이 58
달님 화가 59
별 길 60

ㅊ

참빗 62
어머니 63
아버지 65
봉송封送66
동공 68
한식날 69
참새구이 70
할미꽃 나들이 71
동지 팥죽 72
바람 73
물놀이 74
썰매 웃음꽃 75
빗속 커피 향 77
곤포 사일리지 78
내리사랑 79
트랙터 81
고샅길 82

ㅅ

까마귀 85
진도 북춤 87
비 오는 날88
석굴암 약사여래불 89
천수암*에서 91
기분 좋은 날 93
열리는 山 博物館 94
물옥잠화 95
무지개 색깔 96
전돌 97
장수 기도 98
해수관음 대불 99
초원의 아침 100
몽골 초원 101
진덕여왕 추모제 102
신라의 밤 103
신라의 달밤 105

해설 변의수
무위자연의 대교약졸111

해변에 버려진 두 의자
진도군 의신면 표준사 모래밭
연인 둘 앉아 속삭이던
간밤에 빚어 올린 붉은 해
어둠 드리운 황금 노을 보았지

세월의 무게도 힘에 부치는데
던지고 밟고 차는 망나니들
오른쪽 팔걸이 부러지고
짧아진 두 다리
말 못 하는 불구의 몸

기러기처럼 날아간 두 연인
우린 해변에 버려진 신세
일 년에 하루 바닷길 열리는 날
철새처럼 돌아와 우릴 찾겠지
뜨는 해와 낙조 우리의 친구
- 「해변의 의자」

둑방 길 아래 기어가는 나팔꽃
줄기 고요 묻혀 뻗어 나간다
비수리를 칭칭 감으며 오른다

한 달 지나 정상 가까이 숨 고르고
힘들여 비수리 머리 올라타
정상에 연초록 나팔꽃 꽂았다

둑방 근처에 제일 높은 자리
햇볕 따사로이 내려온다
아래 보니 땅에 붙은 친구들

처량하고 가소롭고 불쌍하다
나를 쳐다보고 부러워하니
연초록 손 흔들며 아는 체한다

땅이 하늘보다 높은 줄 모르고

- 「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