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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64691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11-2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1. 환갑/60이라는 이정표
2. 안주/자폐 혹은 죽음의 다른 이름
3. 나잇값/노인네에서 어른으로
4. 감사/덕분에와 때문에
5. 주책/이 인간이 정말
6. 까치발/올라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7. 건망증/행복의 또 다른 길
8. 고려장/‘후레자식’을 위한 위로
9. 친구/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10. 사촌/가깝고도 먼 혈육
11. 고향/몸 따로, 마음 따로
12. 족보/물보다 진하다는 피
13. 자식/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14. 부부/이 또한 사랑하리라
15. 사별/이룰 수 없는 필레몬의 소원
16. 인생/요람에서 무덤까지
17. 청춘/다시 오지 않는 봄
18. 나이/우리 몸의 학적부
19. 장수/오래된 꿈
20. 불로장생/생사의 순환이 멈춘 디스토피아
21. 요양원/지상의 마지막 거처
22. 무덤/창문 없는 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본문 ‘인생’ 중에서
하루살이는 오래 살아봐야 최대 3주일이다. 입이 퇴화하였기 때문에 먹지도 않고 날기만 한다. 1년의 시간을 유충으로 기다린 끝에 태어나서는 다른 하루살이의 꽁무니만 정신없이 뒤쫓다가 짝짓기를 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야말로 허무다. 인간의 시간도 하루살이의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을 늘려 쓸 줄 안다.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처럼 우리는 ‘시간의 오병이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계의 시간을 넘어설 줄 안다. 하루살이는 몸 안에 고작 알이나 채울 뿐이지만 인간은 늘린 시간의 몸에 인간의 온갖 생기와 감동, 선의와 가치들을 새겨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구는 100년을 살고도 하루살이처럼 산 게 되지만, 또 다른 사람은 70년을 살고도 700년을 산 것 같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문 ‘청춘’ 중에서
백발 성성한 노년은 자신의 한 생애의 끄트머리쯤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요에 잠겨가는 시기이다. 번뇌도 방황도, 사랑도 아픔도, 일도 분주함도 이제는 모두 과거라는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시기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고, 짊어질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돌아갈 수 없다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기이다. 고집보다 수용이 힘이 있고, 비판보다 관용이 더 강하며, 냉소보다 공감이 생기 있고, 불평보다 인내가 품이 넓다는 통찰에 이르는 때이다. 이것이 백발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신은 백발의 얼굴에, 태도에 고스란히 배어 나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