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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성경의 이해
· ISBN : 9791198043894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4-04-0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시작에서 오다
이야기의 시작(1:1-34)
첫 만남(1:35-51)
감춰진 대화(2:1-12)
성전을 무너뜨린 사나이(2:13-25)
내가 알지 못했던 하나님(3:1-36)
타는 목마름에 허덕이는 그대에게(4:1-42)
기적을 만드는 기적(4:43-54)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그대에게(5:1-47)
작은 나눔, 큰 기적(6:1-15)
그 사람, 어디 출신이야?(6:16-7:53)
세상도, 자신도 버린 여인(8:1-11)
출구가 없는 대화(8:12-59)
2부 사람으로 살다
누구의 탓일까?(9:1-41)
좋은 지도자란?(10:1-42)
슬픔에 머문다는 것(11:1-44)
정의라는 이름의 불의(11:45-57)
향기와 눈물이 있는 저녁식사(12:1-11)
자전거를 탄 지도자(12:12-19)
동상이몽(12:20-50)
절망 속의 빛(13:1-20)
배반의 그늘(13:21-30)
늦은 밤의 은밀한 이야기(13:31-14:31)
포도밭에서 나눈 이야기(15:1-27)
3부 부활을 향하다
소개팅(16:1-33)
어둠 속의 기도(17:1-26)
불안, 공포 그리고 강박증(18:1-18)
판단 받는다는 것(18:19-40)
고통의 끝에 선 인간(19:1-42)
상실의 동굴에서 찾은 희망(20:1-18)
부활, 생명으로 가득 찬 신비(20:19-31)
먹고 산다는 것(21:1-14)
마지막 대화(21:15-25)
추천하는 말 _ 김회권/ 이주향/ 정경일/ 한완상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니고데모였다. 야심한 밤에 남몰래 예수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던 사내 말이다. 나도 그처럼 성경을 묵상했 고, 신학에 빠져들었다. 우주와 삶, 신과 존재, 역사와 현 실에 대한 질문을 안고 탐독하며 배워 나갔다. 니고데모 가 내면의 답답함과 의문을 품고 예수를 찾아가 만났듯이 나도 예수를 만났다. (중략)
니고데모는 예수와 대화한 후, 무미건조한 신을 떠나보내고 신선한 리듬과 생동감으로 가득 찬 하나님을 느꼈다. 나도 판단하고, 평가하며, 심판하는 하나님을 떠나보냈다. 그 후로 하나님은 바람처럼 다가와 호흡이 되었다. 숨통이 트였다. 내 가슴은 따스해졌고, 친절함이 찾아왔다. 글을 쓰면서 예수 옆에 앉아 그분의 숨결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리듬에 따라 함께 호흡하며, 대화를 나눈 특별한 시간이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우리에게는 남에게 말 못 할 시간과 장소가 있다. 폭로되면 무너질 것 같은 부끄러운 곳이 있다. 예수는 그곳에서 나를 보았다고 말한다. 그 장소는 내게 그렇듯이 예수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예수는 일부러 그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눈길은 심판과 정죄의 눈길이 아니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진 두려움을 읽어내고,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따스한 눈길이다. 예수의 눈길은 통찰력으로 번득인다. 나다나엘에게서 진실과 정직이라는 자질을 읽어냈듯이.
니고데모는 당대 최고 랍비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엄격하고, 전통적인 유 대교는 그의 삶이었고, 문화였다. 거기서 그는 아버지처럼 엄격하고 권위적인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은 무한한 힘을 가졌고,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를 판단하고 심판했다. 하지만 초월적이고, 가부장적인 하나님에게서 니고데모의 마음은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중략)
나사렛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은 너무도 신선했다. 그가 말하는 하나님에게는 리듬과 생동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에게 익숙했던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하나님과 달랐다. 이 하나님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숨 쉴 공간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예수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의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깊숙한 곳에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의 마음에 새로운 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_ 1부 <시작에서 오다> 중에서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세요.” 예수가 말했다.
씻으라는 말은 그의 삶에 결핍된 단어였다. 이 말이 오늘처럼 청량한 음악처럼 들린 일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 씻어본 기억이 없다. 늘 지저분한 얼굴, 초라한 행색만큼이나 그의 마음은 한없이 억눌려있었다. 그의 인생은 저주, 책임, 죄, 수치심이라는 단어와 늘 엉켜 있었다. 신학자들은 그를 가운데 앉혀 놓고 시각장애와 저주의 관계에 관해 이러쿵 저러쿵 강연했다. 아이들은 그 사내를 저주하는 욕을 내뱉었고,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돌이 날아왔다. 그는 이 지역에서 저주의 아이콘이자, 놀림거리였다. 어느덧 자신도 그런 취급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자책했다. 저주받은 존재임을 자인했다. 그런데 예수라는 청년은 그의 편에서 말했다. 그의 인생이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누구의 죄 때문에 장애를 얻게 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런 언어는 너무도 낯설었다. 누군가가 그의 편에 서서 이야기해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완벽하고, 편안하며, 건강한 상태가 영속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나사로의 죽음처럼 삶은 죽음을 벗 삼을 수밖에 없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신을 욕한다. 인류에게 왜 고통이 따라다니는지 묻는다. 우리의 질문에는 끝이 없다. 고통을 피하고 싶고, 고통을 받아들이기 싫고, 고통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마음으로 고통을 부정한다. 하지만 고통을 이기는 길, 고통을 치유하는 길은 예수처럼 모두가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다. 서로 가슴 아파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2부 <사람으로 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