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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 ISBN : 9791198123145
· 쪽수 : 576쪽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프렐류드
1교시 화성
1장 최초의 레슨
2장 화성: 첫 번째 수업
3장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4장 화성: 두 번째 수업
5장 피아노로 정하다
6장 화성: 세 번째 수업
2교시 선율
7장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
8장 선율: 첫 번째 수업
9장 꼭 피아노 선생이 아니어도
10장 선율: 두 번째 수업
11장 넷째 손가락에 닥친 위기
12장 선율: 세 번째 수업
3교시 리듬
13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 이루어진다”
14장 리듬: 첫 번째 수업
15장 콩쿠르와 마스터클래스
16장 리듬: 두 번째 수업
17장 종착점에 다다르다
18장 리듬: 세 번째 수업
19장 그래서 줄리아드에 가고 싶다고
코다(이행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부록 플레이리스트 해설
책속에서
릴리언 선생은 압박감을 느끼며 연주하는 나를 돕고자 자신이 개발한 ‘기억의 정류장’이라는 쉽고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선생은 나보고 음악의 여러 핵심 지점에 숫자를 매기도록 했다. 그러면 나는 거기서부터 외워서 연주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레슨 시간에 선생이 숫자를 부르면 나는 그 지점으로 넘어갔다. “다섯!” 하면 나는 페이지 절반 아래의 주제로 넘어갔다. “셋!” 하면 아까 연주 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특정한 기분에 몰입할 수 없었다. 음악이 망가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땀을 흘리고 청중석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고 릴리언 선생이 나에게 기회를 준 순간을 후회하는 동안, 적어도 나는 무대에서 가슴 졸이며 이어질 대목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마음 놓고 건너뛸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듬거리다가 연주를 중단할 일은 없었다.
세상의 모든 피아노 교사들이 별모양 스티커를 붙인다면, 빌은 내 연습노트에 손으로 직접 별을 그려서 칭찬의 뉘앙스를 전했다. 어떨 때는 별에 후광이나 왕관을 씌워 자랑스러운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가끔은 별이 곁눈질하는 모습으로 성에 차지 않음을 나타냈고,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별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실망감을 금할 수 없을 때는 민달팽이, 애벌레, 독이 있는 지네를 그렸다. 가장 화려한 별이 등장한 것은 우리의 첫 번째 이정표가 된 사건인 1981년 피아노교사협회 오디션 때였다.
빌과 마지막 레슨을 하러 갔다. 그는 우리가 거둔 성과에 흐뭇해했고,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50년 전에 태어났어야 했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피아니스트들이 별로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은 틀림없이 이름을 떨쳤을 거야. 지금이야 음을 칠 줄 아는 피아니스트가 백만 명이고, 생계를 꾸려가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며칠 전에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에게서 편지가 왔더구나. 일자리를 알아봐줄 수 있느냐면서.” 젠장, 당신마저 이러기에요?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떠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