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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지은이)
삼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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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비상계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570543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소설 『다산의 마음』, 『임농』과 향토문화 서적인 『우리가 몰랐던 남양주 이야기』를 통해 작가 특유의 쉽게 읽히는 문장으로 주목받아온 이용호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소설집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비상계엄’은 현재 우리네 삶에서 화두로 등장하는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는 가정 하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목차

비상계엄
시장실 프롤로그
퐁당퐁당 시장님의 몽님신서
이 반 장
세 면 장
그 남자의 시대
1987년 성대 앞
종태가 출마했다.

저자소개

이용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2년생이며, 서울 전농동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남양주시 퇴계원으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시와 소설로 등단했으나 소설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남양주지부장,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남양주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감사를 맡고 있다. 다산 정약용선생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조지훈문학제 운영위원장으로 조지훈시인의 시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도 하다. 저서로 “다산의 마음”(더봄출판),“우리가 몰랐던 남양주이야기”(출판시대), “임농”(삼사재)가 있다.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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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 비상계엄

길고도 모진 겨울이다. 송곳이 온 몸을 찔러서 못 견디게 아프다 싶더니 그것은 한겨울의 칼바람이었다. 하늘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눈을 뿌렸다. 하늘은 해가 뜨도록 우웅웅 서럽게 울었다. 밤새 내린 눈은 그대로 쌓였다. 아파트의 현관 입구에는 소주병이 쌓여있다. 대중은 거실의 불도 켜지 않고 그대로 웅크린 채 엉엉 울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우웩우웩 속을 게워냈지만 쓴 물만 올라왔다.

대중의 아내는 죽는다고 몇 번이고 도로에 뛰어들었다. 그러는 아내를 운전자들이 용케도 피해갔다. 아니면 급정거를 했다. 그들은 아내에게 쌍욕을 했지만 그 덕분에 아내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대중은 그런 아내를 겨우겨우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시켰다.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내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허공만을 응시하는 아내의 눈에서는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우리 은아, 우리 은아” 딸 이름만을 되뇌었다. 행방불명이 된 딸을 미치도록 찾아다닌 아내였다. 아내는 서울 시내 경찰서의 유치장이란 유치장은 다 찾아 헤메었다. 정치인들이 갇혀 있다는 B1 벙커를 찾겠다고, 아마도 우리 은아가 같이 있을 거라고, 무장을 한 군인들만 보면 매달려서 물었다. 그들은 그런 아내를 불심검문 하려다가 아내의 몰골과 혼미한 정신을 확인하고는 적당히 밀쳐냈다. 아내가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2. 시장님 프롤로그

재관은 조시장과 함께 시청에 입성하던 때를 떠올렸다. 벌써 육 개월 전의 일이다. 취임식은 문예회관에서 했다. 지역언론에서는 시장 취임식에 시청공무원을 포함한 관계자와 시민 2천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고 했다. 재관도 취임식장에 당연히 있었다.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고 등장하는 조시장을 보면서 ‘저 양반 쇼 하나는 참 잘해’ 라고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조시장은 취임사에서 ‘무한상상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무한상상 좋아하네. 저거 상상만 하구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거잖아?” 누군가 재관의 뒤에서 툴툴거리고 있었다. 재관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았다. 조시장이 재관과의 술자리에서 “야 시장 이거? 내가 먹고 살자고 한거지 무슨 개뿔.”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재관은 그 툴툴거림에서 그날 조시장의 술자리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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