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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570543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목차
비상계엄
시장실 프롤로그
퐁당퐁당 시장님의 몽님신서
이 반 장
세 면 장
그 남자의 시대
1987년 성대 앞
종태가 출마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 비상계엄
길고도 모진 겨울이다. 송곳이 온 몸을 찔러서 못 견디게 아프다 싶더니 그것은 한겨울의 칼바람이었다. 하늘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눈을 뿌렸다. 하늘은 해가 뜨도록 우웅웅 서럽게 울었다. 밤새 내린 눈은 그대로 쌓였다. 아파트의 현관 입구에는 소주병이 쌓여있다. 대중은 거실의 불도 켜지 않고 그대로 웅크린 채 엉엉 울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우웩우웩 속을 게워냈지만 쓴 물만 올라왔다.
대중의 아내는 죽는다고 몇 번이고 도로에 뛰어들었다. 그러는 아내를 운전자들이 용케도 피해갔다. 아니면 급정거를 했다. 그들은 아내에게 쌍욕을 했지만 그 덕분에 아내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대중은 그런 아내를 겨우겨우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시켰다.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내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허공만을 응시하는 아내의 눈에서는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우리 은아, 우리 은아” 딸 이름만을 되뇌었다. 행방불명이 된 딸을 미치도록 찾아다닌 아내였다. 아내는 서울 시내 경찰서의 유치장이란 유치장은 다 찾아 헤메었다. 정치인들이 갇혀 있다는 B1 벙커를 찾겠다고, 아마도 우리 은아가 같이 있을 거라고, 무장을 한 군인들만 보면 매달려서 물었다. 그들은 그런 아내를 불심검문 하려다가 아내의 몰골과 혼미한 정신을 확인하고는 적당히 밀쳐냈다. 아내가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2. 시장님 프롤로그
재관은 조시장과 함께 시청에 입성하던 때를 떠올렸다. 벌써 육 개월 전의 일이다. 취임식은 문예회관에서 했다. 지역언론에서는 시장 취임식에 시청공무원을 포함한 관계자와 시민 2천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고 했다. 재관도 취임식장에 당연히 있었다.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고 등장하는 조시장을 보면서 ‘저 양반 쇼 하나는 참 잘해’ 라고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조시장은 취임사에서 ‘무한상상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무한상상 좋아하네. 저거 상상만 하구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거잖아?” 누군가 재관의 뒤에서 툴툴거리고 있었다. 재관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았다. 조시장이 재관과의 술자리에서 “야 시장 이거? 내가 먹고 살자고 한거지 무슨 개뿔.”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재관은 그 툴툴거림에서 그날 조시장의 술자리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