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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 ISBN : 9791198589477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4-03-25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5
프롤로그 “엄마가 엄마 찾아 줄게” • 18
살며 - 서리가 수놓은 아칸서스 • 25
아칸서스 Acanthus • 26
별꽃 • 30
고추꽃 • 36
유채꽃 다발 • 42
산딸기 케이크 • 50
메밀꽃 필 무렵 • 58
어머니와 분꽃 • 64
기후 위기 • 72
올챙이식당 • 80
지구를 지켜라 • 86
사랑하고 - 리벤 벨레프, 사랑이 살린다! • 93
리벤 벨레프 Lieben belebt • 94
무꽃 • 102
얼레지 • 106
안갖춘꽃 • 112
스트레스 개화 이론 • 118
봉선화 물들이기 • 128
밀레의 시선 • 134
느티나무 • 142
계절의 냄새 • 150
하히(Hahii)에게 • 158
나누며 - 귤꽃 향기, 바람에 날리고 • 167
귤꽃 향기 • 168
모감주나무 • 176
고사리 소동 • 182
은행나무 열매 • 188
복숭아 잼 • 194
동반 식물 • 200
무화과나무 • 206
통나무집 아저씨 • 214
모두가 꽃이야 • 224
봉구 이야기 • 232
섬기리 - 앙스트블뤼테, 불안 속에 화려하고 아름답게 • 243
앙스트블뤼테 Angst blute • 244
두봉 주교와 권정생 • 252
서망례 할머니 • 260
동네 청소 • 266
텃밭 • 272
유주 언니 • 280
그 청년 • 288
은목서 나무 • 294
새로운 땅, 인도 • 302
그녀, 윤정희 • 310
그레이스를 낳아 준 엄마에게 두 송이의 카네이션 • 318
에필로그 입양은 복음이다 • 32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 그레이스에게 여덟 번째 봄이 찾아왔다. 아빠는 벽에 등을 기대어 앉고 그레이스는 따뜻한 아빠의 가슴에 등을 기대어 앉아, 둘은 모두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슬몃 젖어 들던 내 눈가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레이스는 조심스레 다가와 제 블라우스의 끝단을 잡고 그것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편과 나는 보석처럼 귀한 그레이스를 사이에 품은 채 서로를 끌어안았다. 고개를 돌려 아빠를 한번, 다시 마주한 엄마를 한번 쳐다보던 그레이스가 먼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저한테 무슨 어마어마한 비밀이라도 이야기할 건가요?”
나는 눈물을 닦고 그레이스의 두 손을 잡았다.
“그레이스, 지금부터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이야기하려고 해. 한번 들어 보겠니?”
호기심에 찬 아이의 눈망울은 매우 또렷했다.
“그레이스, 엄마가 청년 때 이런 서원의 기도를 올렸었어. ‘하나님, 저는 아픈 아이들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돌보며 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아빠와 결혼을 하고 중국으로 가서 그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아이들을 도우며 살았단다. 그렇게 십여 년을 살다가 아빠와 엄마는 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했는데, 영사관에서 비자를 허락해 주지 않는 거야. 그래서 그 일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여러 정황 때문에 중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서 귀국을 해야 했단다.”
“제주도로요?”
“그래. 제주도로…. 그때 우리 가족 모두는 매우 상심했단다. 미국 유학은 온 가족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었거든. 그렇게 귀국 후 제주에 적응해 가고 있을 무렵 어느 새벽 예배 때, 하나님께서 엄마의 가슴을 여러 차례 노크해 오셨어. 엄마의 기도 속으로 찾아오신 거야. 그리고 물으셨단다. ‘마리아야, 네가 청년 시절에 올렸던 그 서원 기도를 아직 기억하고 있니?’ 엄마는 대답했어. ‘네. 하나님. 기억하고 있습니다.’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이러한 감동이 전해졌단다. 꼭 하나님의 음성처럼 말이야. ‘마리아야, 지금이 바로 그때란다.’”
“엄마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리세요?”
“그럼,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 음성을 들려주시지. 우리가 듣고자 가만히 기다리면, 꼭 실제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하시고, 깨닫게도 하시고, 성경의 말씀을 떠오르게도 하신단다. 때로는 사람과 여러 환경을 통해서도 전달해 주시고…. 다만, 믿음이 있어야 들을 수 있어.”
“음… 네….”
“그날 이후 아빠와 엄마는 ‘동방사회복지회’라는 곳으로 갔어. 그곳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오랫동안 외롭고 소외된 아기들과 홀로 남은 엄마들을 돌보고 후원하는 기관이란다. 그곳에서 몹시 아픈 한 아기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아기는 2.3kg의 아주 작고 예쁜 아기였단다.”
“엄마, 2.3kg의 아주 작은 아기라고 하셨나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레이스의 눈망울이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게 물어왔다.
“엄마, 혹시… 그 아기의 이름이… 그레이스였나요?”
“응, 그레이스…. 그 아기의 이름이 바로, 그레이스였단다.”
(…중략…)
엄마의 가슴에 숨어 이야기하던 그레이스가 이번에는 고개를 쏘옥 빼고서 올려다보며 물었다.
“만날 수… 있나요? 저를 낳아 주신 그분을요.”
“그럼. 그레이스가 성인이 되면 만날 수 있단다. 아무 염려하지 마, 그레이스. 엄마가 꼭 낳아 주신 엄마 찾아 줄게….”
아기가 자궁 안의 물결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오듯, 또 산모가 몸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아기를 세상 밖으로 내어놓듯 우리의 몸은 젖어 있었다. 양수처럼 뜨거운 눈물을 품은 내 가슴의 연못에서 그레이스가 또 한 번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긴장의 땀으로 흠뻑 젖은 서로의 모습으로 확인했다. 세상 그 어느 엄마와 딸보다 깊고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세상 그 누구도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영적 해산의 순간은 여느 분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통의 시작과 함께 몹시 아팠고, 점차 뜨거웠으며, 결국에는 감격스러웠으니, 그 누가 자신 있게 말하랴. 육으로 느껴지는 통증만이 해산의 고통이라고, 혈육의 부모만이 세상 단 하나뿐인 부모라고…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