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닿는 곳에
예보연, 한근희, 배달희, 오건웅, 이원, 박춘걸, 김상백, 최현미, 쓰니 | 부크크(bookk)
17,900원 | 20250122 | 9791141978723
2024년 가을날,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젊고 나이듦이 어울리는 아홉명이 한 공간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기의 글을 써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첫 만남엔 모든 게 다 서툴렀지요. 글쓰기는 어색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자신감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는 마음을 돌보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글에 담긴 진솔한 고백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글을 쓰고, 함께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그 시간 속에서 나온 글들을 여기 담아 놓았습니다.
이제는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변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쳇바퀴는 늘 돌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천천히 걷기도, 뛰기도, 때로는 춤을 추기도 하며 그저 내일의 일상을 준비할 뿐.
엄마가 고갯길을 막 넘어설 때 별빛이 눈에 비치며 어슴푸레하게 비친 신작로를 따라 무명 버선을 신은 고무신이 따라온다. 소쩍새 울음소리에 무서운 마음을 실려 보내면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엄마가 온다. 밤눈이 어두운 엄마가 돌부리에 치지 않으려고 가래떡 바구니를 꼭 붙들어 이고, 행여 호랑이를 만날까 봐, 눈길을 조심스럽게 내디디면서, 무서움과 아이들 생각이 나면 ‘찔레꽃 불게 타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을 마음속으로 입속에서만 소리를 내어 부르면서 엄마가 온다.
차에다 태우고 다니며 간판과 이정표를 읽히며 부모로서의 기쁨과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양쪽에서 딸아이의 두 팔을 잡고 팔 그네를 태우며 기뻐하던 순간은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는 이름대로 정말 빼어난 보배로 자라 주었다. 현재는 미국 변호사와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잘살고 있다.
그래서 외로움의 병리화를 위로로 처치해 주면, 나 홀로의 결핍 증후군은 많이 줄어들 거다. 아~ 위로는 충분히 괜찮은 것의 막역한 친구이지만, 그래도 가급적 적게 받아야 할 것 같다.
한때,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능적으로만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까미가 전원에서 온갖 생명체들과 잘 어우러져 노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다양성과 각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실감하게 되었다. 까미와의 삶을 통해, 나는 자연을 좀 더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더 넓고 풍요로운 세계관을 지니게 되었다.
사진은 흑백 속에 멈춰 있지만, 그 사랑은 세대를 넘어 흐르고 있다. 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나의 가을’을 더 깊이 바라보고 싶어서, 아마 언젠가는 나의 그림으로 나의 가을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사실 우리들의 가을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것 아닌가? 그 아쉬움을 사진도 좋고, 글쓰기도 좋고, 그림으로도 남기고 싶다
누구든지 가고자 하는 봉우리가 조금 높을 수도 있고 조금 낮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높고 뾰쭉한 봉우리보다 덜 높지만 둥글납작한 봉우리가 포근하고 매력이 넘칠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편하게 앉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어머니의 가르침도 어쩌면 이런 것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나 봉우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나름대로 정의를 해보았다.
나의 연주와 이야기가 만든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그곳이 내가 찾던 봉우리가 될 것이다. 손끝에서 태어난 기타 줄의 떨림이 바람을 타고 넘어간 소리가 또 다른 봉우리를 만나 아름답게 부서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