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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도착했다

낯선 곳에 도착했다

김영서 (지은이)
삶창(삶이보이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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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도착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낯선 곳에 도착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63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8-18

책 소개

김영서의 새 시집 『낯선 곳에 도착했다』에서는 ‘오래된 것’이 대세를 이룬다. 표제작인 「낯선 곳에 도착했다」에서도 “집 안으로 낙엽이 따라 들어”오는 순간에 발생하는 감각이 두드러진다.

목차

시인의 말•5

1부 마리아주

식구·12
고립에 대하여·14
하느님 궁둥이·15
마늘쪽 엉덩이·16
낯선 곳에 도착했다·18
모닝커피·20
늦은 점심·22
꼬리 자르기·24
완두콩이 사라졌다·26
달력을 여러 번 접었다·28
그림자 밖으로 밀려났다·30

2부 따뜻한 밤

따뜻한 방·34
당신의 그림자·37
비린내 풍기는 손·38
돌아갈 곳이 있었다·40
볼록렌즈·42
2021년 12월·44
참 늙기 힘들다·46
호박차·48
아침마다 딱따구리다·50
오래된 집·52
염력·54
빈병·56
벽돌 한 장·58

3부 식구

삽질·62
출판기념식·64
가족사진·66
소꿉친구·68
고향·70
상사화·71
노인 일자리 1·72
노인 일자리 2·74
이사·75
빗살무늬토기·76
손가락이 아프다·78

4부 흔들리는 정원

마스크·80
꽃 진 자리·82
단풍 들겠다·84
고요했으면·85
환청·86
꽃반지·88
미용실에서 단잠·89
흔들리는 정원·90
음복·92
아름다운 눈물·94
들들 볶아서 맛을 찾아낸다·96
바스락거리는 귀·98
똥 싸러 간다·100
죽부인·102
예산 장날·104

해설

꽃 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그리운 감각(오홍진)·107

저자소개

김영서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4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예산에서 살고 있다. 2005년 계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06년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언제였을까 사람을 앞에 세웠던 일이』 『그늘을 베고 눕다』 『우리는 새로 만난 사이가 되었다』 『낯선 곳에 도착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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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가 써지지 않는 날
누가 이기나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닥에 앉아 있으려면
엉덩이가 아파서 방석을 찾았는데
요즘은 근육이 생겨 탱탱해졌다

마늘쪽 같은 엉덩이가 지나가면
눈길이 따라가는 이유를 알겠다
시는 엉덩이가 쓰는 것이라고
마감 날 머리를 쥐어뜯어도 안 나오던 것이
책상머리에서 오래 버텨준 엉덩이가
얼마나 옴지락거렸으면
마늘종 같은 시가 쭉 올라올까

물렁거리는 사랑은 싫다
찐한 사랑은 근육으로 뭉쳐진다고
마늘종 같은 시를 만든다
날것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을 사랑
탱탱한 한 줄을 위하여
엉덩이는 쉬지 않고 꿈틀거린다
_「마늘쪽 엉덩이」 전문


이사 온 지 20년 넘었다
철제 현관문은 삐그덕거리고
화장실은 스위치를 두 번 눌러야 불이 들어온다
아침에 약을 먹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한나절이 지나자 몸이 나른해진다
약봉지를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약은 걸러도 할부금을 15년 동안 꼬박 지불했다
이웃집에서 문을 두들겼다
그러고 보니 초인종도 고장 났다
버섯을 땄는데 먹어보라고 건넨다
나도 이웃집 문을 두들겨보았다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초인종을 고치지 않기로 했다

대출금 연장을 위해 농협에 들렀다
주민등록 초본을 떼어 오라고 했다
집 주소가 나란히 찍혀 있다
셋방살이 전전하다 여섯 번째 주소지다
집이 낡았어도 다시 이사할 일 없어 다행이다
천천히 뜯어보니 모든 것이 낡아 있다
돌아누운 아내 등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집이 흔들릴 것 같은 공명이 몸속으로 울렸다
오래된 집에서 늙어가는 부부는
집에 상처가 나지 않게
설렁줄을 당기며 산다
_「오래된 집」 전문


사랑도 병이다
죽음처럼 다가오는 것이어서
떠나간 자리가 도려내듯 아프다
상처가 덧나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데
병에게 멀어지려 수행 길에 올랐다
길에서 도반을 만났다

도반은 이미 병색이 완연했다
독에 들면 독을 써야 해서
내 몸을 베어서 도반의 상처에 붙여놓았다
여기저기 상처가 깊어서
마지막 살점까지 다 발라서 붙였다

한시도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아
살며시 몸을 기대어 보았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함께 걸어온 길에 저녁노을이 닿았다
세상이 붉게 물들어 간다
_「상사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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