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들은 무엇에 충성하였는가 (정치군벌 하나회의 살아있는 망령)
김재홍 | 사이드웨이
16,200원 | 20250515 | 9791191998481
“박정희 친위대, 하나회의 대한민국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현대사는 곧 내란의 역사였고, 그 역사는 다시금 반복되었기에
하나회 척결 당시 군부의 심장을 파헤쳤던 기자 김재홍,
2024년 12월의 계엄과 내란 사태를 정면으로 조준하다
군인이 지배하는 세상은 끝난 줄 알았다. 30여 년에 걸친 군부 통치가 끝나고, 이 땅에 민주주의가 도래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우리는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하나회를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해도 되는가? 아니다. 2024년 12월 3일 국회의사당에 들이닥친 특수부대의 무장병력은 우리에게 거대한 의문을 남겼다. 윤석열이 저지른 일은 대체 어떤 토양 위에서 가능했던 것인가? 그는 무엇에서 영감을 얻었는가? 대한민국은 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던 것인가? 그가 헌법을 유린하고, 국회를 포위하며, 군대 내의 자기 친위세력과 함께 내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근원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답은, 하나회에 있다. 하나회는 역사 속의 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아니라 자신의 ‘평생 동지’와 권력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충성했던 정치군인들을 이번에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정치군벌 하나회는 1951년 6·25 전쟁 중에 군대 징용을 면하고 입교한 4년제 정규 육사 11기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권복동, 손영길 등이 조직한 비밀결사다. 대통령 박정희가 5·16 쿠데타 직후부터 키워온 ‘친위대’이자 지하 사조직인 하나회는 군부 내 실세 집단이었고, 이 나라의 군대의 요직을 차근차근 찬탈한 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살상, 진압의 내란을 감행했다. 이후 전두환이 권력을 잡자 하나회는 1980년대 정치체제를 실질적으로 조형하고 지배했다. 5공은 말 그대로 ‘하나회 공화국’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재홍은 말한다. 윤석열이 ‘반국가세력’을 운위하고 비상 입법 기구를 구상했던 것은 전두환이 이끌었던 하나회 내란의 모방 그대로였다고. 그가 제1공수특전여단과 제707특수임무단, 수도방위사령부와 방첩사 병력을 한데 집결시킨 것 역시 특수부대를 거침없이 동원했던 12·12와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윤석열은 2021년 대선 캠프를 통해 하나회의 전성기를 이끈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과 연결되고, 12·3 내란의 기획자였던 김용현, 노상원 등 그의 카르텔은 하나회의 주요 멤버들이 주도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유튜브 채널 ‘장군의 소리’에 출연했다. 즉,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군벌 하나회 소속 고위 장성들은 이번 내란 세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래도 하나회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을 것인가?
김재홍은 1993년 김영삼 정권의 ‘하나회 척결’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서 군부에 관한 수많은 특종을 쏟아내며 정부의 군대 개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그는 수십 년간 이 나라의 정치체제 그 자체였던 군인들이 밟아 온 과거의 역사에 12·3 비상계엄 사태의 모든 것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 정치군벌이 어떤 식으로 나라를 지배해 왔는지를, 그 역사의 치명적인 지점들을 철저히 복기했다면 윤석열의 폭주를 시작부터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관점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하나회에 관한 첫 심층적인 분석서, 『그 남자들은 무엇에 충성하였는가』를 읽을 때가 되었다. 우리는 한국의 독재자들과 정치군인들이 수십년간 되풀이했던 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치행위’를 면밀히 복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추악한 역사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며, 진정 뼈아프게 대면하고 반성한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